김상수는 올 시즌 개막전(5일 대구 NC전) 5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2,3차전에서도 변동이 없었다. 주로 테이블세터나 하위 타선에 배치됐던 걸 고려하면 허삼영 감독의 선택은 파격에 가깝다. 5번 타순은 클린업 트리오 중 하나로 주로 거포가 맡는다. 김상수의 통산 홈런은 45개(11시즌).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도 2018시즌(10개)이 유일하다.
허 감독은 "선수의 신체 조건(키 175㎝·몸무게 68㎏)보다 가진 능력을 봐야 하지 않나"라며 "콘택트나 해결하는 능력은 물론이고 경험도 많아서 5번에 기용했다. 점수를 내려면 어떤 조합이 좋을까 생각했다"고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부담은 내려놨다. 중심타선에 배치돼 자칫 힘이 잔뜩 들어갈 수 있다. 김상수는 "(5번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계속해봐서 생소한 부분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내가 할 것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감독님께서 5번 타자여서 장타를 치라고 말씀하신 적은 없다. 1번을 쳤을 때의 데이터를 보고 5번 타순을 주문하신 거라 크게 바뀐 건 없다"고 했다.
허 감독은 클린업 트리오를 홈런 타자로 꾸릴 수 없다는 판단 하에 타순을 짠다. 김상수에게 바라는 것도 홈런은 아니다. 3·4번 타자가 출루하면 하위 타선에 찬스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기대한다.
이번 겨울 고민이 많았다. 김상수는 "프로 생활을 10년 정도 했지만 '내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선수들은 자기 것이 확실히 있는데 난 아니더라"라며 "어떻게 하면 능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생각해 방망이를 짧게 잡고 타석에서 준비를 빨리했다. 하체를 이용해 치는 느낌인데 내 것이 생기다 보니 감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간결한 스윙은 그라운드 위 결과로 이어졌다. 팀 간 연습경기 타율 5할(10타수 5안타). 개막전에선 1안타 3사사구로 4번 출루했다. 장타는 없었지만, 감독이 원한 징검다리 역할에 충실했다.
욕심을 내려놨다. 한때 한 방을 노리려고 몸에 맞지 않는 방망이를 선택하기도 했다. 김상수는 "옛날에는 길이 34인치, 무게 900g 배트를 쓰고 길게도 잡아봤다. 지금은 33.5인치에 870g 배트를 사용한다"고 했다. 더 길고 무거운 배트를 사용했다는 것은 장타를 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타격 성적이 향상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깨달음을 얻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타격 방법을 찾았다.
김상수는 올해 삼성 타선의 키플레이어다.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모두 팀 내 기대가 크다. 중심 타자에 주전 2루수, 주루 능력까지 갖춘 전력의 핵심이다. 그는 "일단 나가면 적극적으로 뛸 생각이다. 우리 팀에는 발이 빠른 선수가 많아서 장점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늘 팀의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 선수들이 많이 어려졌고 감독님께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분위기를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