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큐 K리그 2020이 개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축구 시계가 멈춘 세계에서, K리그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 여의 대장정에 돌입하며 '축구의 시간'을 새로 써나갈 예정이다. 일부 아시아 지역은 물론, 독일에서도 생중계되는 K리그의 위엄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축구의 새로운 '뉴 노멀'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생각해 보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고난의 행군이었다. 2020년 1월 28일, FC 서울이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서 말레이시아의 케다 FC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둘 때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리라 예상한 이들은 없었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넘은 상황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위험성은 그렇게 높지 않았고, ACL 무대에 나선 팀들만 일찌감치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을 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AFC가 1월 29일, 조별리그 1~3차전 중국 홈 경기 일정을 원정으로 변경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다음날인 1월 30일, 국내에서도 코로나19 2차 감염이 시작됐고 31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비상사태로 선언했다. 이어 2월 4일에는 AFC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중국팀 경기를 포함해 조별리그 일부 일정에 대한 수정안을 내놨다. 11일과 12일, 각각 울산과 전주에서 열린 ACL 조별리그 1차전은 무사히 끝났지만 홈팀이었던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는 열화상 카메라 설치, 체온 측정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조치를 마련하느라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은 국외 구단과 치르는 클럽대항전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2월 18일, 신천지 교회 신도인 '슈퍼 전파자' 31번이 확진을 받은 뒤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바로 다음날 수원에서 열린 ACL 조별리그 수원 삼성-빗셀 고베전은 철저한 방역 조치 속에 무사히 치러졌으나 후일 확진자가 이 경기장에 다녀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ACL은 물론 시즌 개막을 앞둔 K리그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은 2월 21일 K리그 대표자 회의를 통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둔 대구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1라운드 경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으나, 이틀 뒤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경계 단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결국 K리그 개막 자체를 무기한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AFC 역시 3월 2일 긴급회의를 통해 ACL 일정을 5~6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말레이시아 원정을 떠난 수원이나 호주 원정길에 오른 전북의 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졌지만 다른 경기 일정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3월 11일, WHO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확진자 증가 추세 속에 K리그는 3월 30일 대표자 회의를 통해 리그 일정을 축소하는데 합의했다. 이미 한 달 이상 리그가 미뤄지면서 정상적인 38라운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는 데 모두가 뜻을 모은 것. 그러나 이후 조금씩 확진자 증가 추세가 완화폭을 보이고, 정부도 4월 19일 강도를 완화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시를 5월 5일까지로 연장하면서 K리그는 본격적으로 개막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확진자 증가 추세가 10명 내외로 안정 폭을 보이던 4월 말, 축구연맹은 3차 이사회를 통해 K리그를 무관중으로 5월 8일 개막하기로 확정지었다. 이후 4월 29일 시즌 전체일정이 27라운드로 축소된 K리그1(1부리그)과 K리그2(2부리그) 일정을 발표한 축구연맹은 선수단 전원을 코로나19 전수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는 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때마침 정부도 6일, 기존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생활 방역 전환을 선포하면서 K리그 개막은 탄력을 받게 됐고, 8일 무관중 개막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