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JTBC]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 원작은 영국 BBC에서 방영한 ‘닥터 포스터’다. 두 드라마의 큰 줄거리는 같다. 모두 불륜과 이혼을 소재로 다룬다. 자칫 ‘막장’으로 비칠 수 있는 자극적 소재지만, 인물의 심리 변화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두 드라마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부의 세계' 원작 드라마 '닥터 포스터'. [JTBC] 한국의 ‘부부의 세계’가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자, 원작을 만든 영국이 놀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닥터 포스터 리메이크작, 한국의 맥박을 뛰게하다’라는 기사에서 ‘닥터 포스터’에는 없고, ‘부부의 세계’에는 있는 세 가지가 한국 시청자를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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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부부의 세계는 원작에 충실했다. 스카프에서 발견한 머리카락 한 올로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 아내 지선우(김희애), 아내와 애인 모두를 사랑한다는 남편 이태오(박해준). 주변 인물들의 사소한 범죄까지 극에서 다루는 에피소드는 비슷하다. 그러나 가디언은 부부의 세계가 불륜극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한 장면 [JTBC]
“가방을 사주면 애인을 해주겠다” - 8회 이태오 친구인 손제혁(김영민)을 유혹하려는 여성
“여자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공사 구분을 못한다”- 10회 지선우가 근무하는 병원의 병원장
‘성차별’. 가디언이 꼽은 첫째 차이점이다. 가디언은 “부부의 세계는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을 담았고, 성차별 문제를 공론화했다”며 “비슷한 경험을 가진 여성의 공감을 이끌었고, 온라인에서의 공유하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디언에 따르면 한 여성은 SNS에 “극 중 병원장은 내 상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한국 직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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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남편과 능력 있는 아내
둘째 차이점은 ‘찌질한 남편’이다. 가디언은 남편 이태오에 주목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가 보여준 남성 묘사 방식을 깼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부유한 가족이 나올 때면 남편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아내는 그를 보필했다. ‘부부의 세계’는 달랐다. 아내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병원 부원장이고, 남편은 아내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사업을 운영한다. 남편의 사회적 능력이 아내보다 낮게 비친다”
[JTBC 부부의 세계 장면 캡처] 가디언은 이태오의 찌질한 캐릭터를 부각했다.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타난 남편’이란 설정도 남성을 묘사하는 규범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특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지선우를 부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에피소드와 파티에 초대해 많은 사람 앞에서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모습들이 그의 찌질성을 잘 보여준다고 봤다. 그리고 이태오의 캐릭터가 이혼한 여성이 겪는 사회적 시선과 오명을 표현해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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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
가디언은 마지막으로 ‘리얼리즘’을 꼽았다. 이혼한 여성이 겪는 변화를 그대로 담아내 현실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앞선 드라마에서는 여성들이 이혼하면 재벌 남성이 등장했다. 이혼한 여자와 젊은 재벌 남자의 사랑은 현실성이 낮은 스토리”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반면 지선우에게는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자신을 배신했던 동료들이지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에피소드가 실제 이혼을 겪은 사람들에게 현실적 조언이 된다고 설명했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한 장면 [JTBC] 다만 리얼리즘의 한계도 있었다. 가디언은 부부의 세계가 현실감과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한 VR(가상현실)게임 촬영기법을 짚었다. 지선우가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가해자 시점으로 연출한 장면이다. 부부의 세계는 해당 장면에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시청등급을 다시 19세 이상 관람가로 바꿨다. 가디언은 이 장면이 시청자들에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경시하는 모습으로 비쳤다고 전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가 이혼 부부가 경험하는 현실적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지만 한편으로는 ‘이혼은 힘든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