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장통이 불가피하다. 포지션을 전환한 강백호(21·KT)가 불안한 수비를 보여줬다. 그러나 스스로 반등 계기를 만들었고, 좋은 기운을 탔다.
KT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2-13으로 패했다. 2회초 2사 1·2루에서 장성우가 선제 홈런을 치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선발투수 김민이 3회투구에서 김재환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역전을 내줬다. KT 마운드는 4회와 5회도 각각 3점씩 빼앗겼다.
반격했다. 6, 7회에 각각 1점과 2점을 냈다. 상대 필승조를 무너트리며 역전까지 해냈다. 그러나 마무리투수 이대은이10회말에 오재일에게 동점 홈런을 내줬고, 11회에는 무사 1루에서 2루수가 연속 실책을 범하며 끝내기 실점을 했다.
KT는 8일에 열리 두산과의 1차전에서 12-3으로 완승을 거뒀다. 신인 투수 소형준이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버텨냈고, 타선도 넉넉한 지원을 해냈다. 롯데와의 개막 3연전에서 흔들렸던 불펜진도 반등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비가 변수가 됐다. 좋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9일 경기가 취소됐다. 등판이 하루 밀린 젊은 투수 김민은 2019시즌에는 비교적 잘 상대하던 두산 타선에 무너졌다. 5회부터 가동된 불펜도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써내려간 역전 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1루수 강백호도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시즌까지 외야수로 나서던 그는 청백전 정국을 통해 1루수 전환 가능성을 엿봤고, 실제로 실현됐다. 실전을 통해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안하다.
10일 두산전에서도 그랬다. 1회말 1사 1루에서 오재일의 땅볼 타구를 포구한 뒤 베이스를 밟고, 2루 송구를 했다. 공은 마치 타구처럼 높은 위치에서 허공을 갈랐다.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최주환의 강습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내야 안타를 헌납했다.
4회 무사 1루에서는 안권수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자신이 잡을 수 없는 타구였고, 측면으로 비켜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어지는 상황을 주시하고 커버를 준비해야 했다. 시선은 1루로 향하지 않았다. 김민이 악송구를 하며 공이 뒤로 빠졌고 주자와 타자 모두 진루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김재환의 타구를 숏바운드 처리하면서 다시 펌블을 했다.
예견된 문제다. 타선의 공격력 향상을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그러나 너무 안 좋은 수비가 나오면 타석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조차 덤덤한 편이라며 문제로 삼지 않았지만, 3회 이후 타석에서는 특유의 위압감 있는 스윙이 나오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도 7회 네 번째 타석까지 무안타였다.
강백호. 사진제공 = kt위즈 그러나 시즌 두 번째 홈런을 중요한 순간에 때려냈다. KT가 9-11, 2점 차까지 추격한 9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서 이형범을 상대로 우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홈런에 앞서 좋은 수비가 있었다. 두산이 8회말 1·2루에서 허경민이 안타를 치며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 상황에서 1루 주자 박세혁이 3루까지 질주했다. 강백호는 중견수의 송구를 마운드 위에서 커트한 뒤 바로 3루수에게 송구해 박세혁을 잡아냈다. 판단력이 좋았다. 이 플레이 뒤 나선 타석에서 친 홈런. 의미하는 바가 있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단행한 변화가 정착할 시간을 기다린다. 새 테이블세터도 마찬가지다. 20경기 정도는 지켜볼 전망이다. 강백호의 수비는 경험 축적이 답이다. 그러나 공격력 향상을 위해 시도한 변화로 인해 원래 강점까지 무뎌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너지가 될 수도 있다. 선수 개인에게나 팀에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