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은 올 시즌 부터 KBO 리그 경기를 매일 한 게임씩 미국 전역에 중계하고 있다. 지난 5일(한국시간) 개막을 앞두고 사상 처음으로 KBO 리그 파워 랭킹을 공개한 이유다.
당시 ESPN이 예상한 사전 순위는 흥미로웠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을 1위로 예측했고,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앞세운 LG와 지난 시즌 통합우승팀 두산을 각각 2위와 3위에 올려 놓았다. 이어 김광현이 빠진 SK를 4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막내구단 KT를 5위로 꼽았다. 그 뒤로는 6위가 NC, 7위가 삼성, 8위가 롯데, 9위가 KIA, 10위가 한화 순이었다.
개막 일주일이 지난 시점, ESPN의 파워 랭킹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2일 공개된 순위에 따르면, 1위는 여전히 키움이다. 강력한 타선의 위력이 여전한 데다, 일주일 동안 3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 조상우의 위력까지 다시 확인했다. ESPN은 "조상우가 키움 불펜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 세 차례 세이브 기회를 모두 살렸다"며 '뒷문'을 키움의 강점으로 평가했다.
가장 눈에 띄게 순위가 바뀐 팀은 단연 개막 5연승 행진을 벌인 롯데다. 개막 첫 주 5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예상 8위에서 5위로 세 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ESPN은 "지난해 최하위에 머문 롯데가 개막 첫 주 팀 평균자책점 3.13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쾌조의 출발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의 일주일은 완벽했다. 투수진뿐 아니라 팀 타율 3위(0.295)에 이름을 올린 타선도 충분히 제 몫을 했다. 내야수 안치홍과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가 가세한 수비 역시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다. 첫 주 롯데의 상대는 KT와 SK였다. 강팀 두산과 만나는 주중 홈 3연전이 이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3위로 꼽혔던 두산은 2위로 올라섰다. 선발진도 그다지 강력하지 못했고 불펜이 크게 흔들려 위기를 맞았지만, 타선의 집중력과 폭발력을 앞세워 3승을 올린 덕이다.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여전히 두산 타선의 핵으로 활약하고 있다. ESPN은 "지난해 타율 0.344를 찍은 쿠바 출신 페르난데스가 첫 5경기 타율 0.591(22타수 13안타)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썼다.
NC 역시 6위에서 4위로 올라 5강에 진입했다. ESPN은 "NC 선발 드루 루친스키와 구창모가 12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며 "견고한 선발진 덕에 개막 4연승 행진을 벌였다"고 리뷰했다. 이뿐만 아니다. NC 간판타자 양의지와 나성범은 ESPN이 가장 주목하는 한국 타자다.
ESPN 해설자인 에두르아르도 페레스는 "가장 주목하는 선수는 NC 양의지와 나성범"이라며 "둘은 타석에서 차분함을 유지하고, 안정감 있게 타격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소프트볼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자 최초의 여성 메이저리그 해설자인 제시카 멘도사 역시 KBO 리그 경기를 중계한 뒤 양의지를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로 꼽으면서 "뛰어난 타격을 하지만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많지 않나. 공격을 선호하는 KBO 리그에서도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눈에 띈다"며 "양의지는 공수를 겸비한 선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순위 하락을 면치 못한 팀들도 있다. LG는 2위에서 3위로, SK는 4위에서 6위로 각각 하락했다. ESPN은 "LG가 지난 10일 NC전에서 0-6으로 뒤지다 10-7로 역전했다"며 반등의 요소를 찾았지만, SK에 대해선 "일주일간 17득점에 그치는 공격력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KT 역시 선발진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8위부터 10위까지는 변함없이 삼성→KIA→한화 순이다. 세 팀은 나란히 개막 첫 주 6경기서 2승 4패를 기록했다. 한화와 KIA는 주중 대전 맞대결에서 서로를 향해 창을 겨누고, 삼성은 고척에서 키움과 주중 3연전을 시작했다. 주말에는 삼성이 KT, KIA가 두산, 한화가 롯데를 각각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