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다시 시작되고 유럽 프로축구도 조금씩 재개를 향해 꿈틀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춰버린 세상의 축구 시계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재시동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 속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을 다시 볼 날은 아직 멀기만 하다.
K리그가 개막한 지난 주말, 파울루 벤투 (51)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학범(60)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나란히 K리그1(1부리그)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점검했다. 오랜만에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난 두 대표팀 사령탑의 모습은 다시 뛰기 시작한 한국 축구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아직 대회 일정이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K리그가 두 사령탑에게 가뭄에 단 비 같은 역할을 할 것임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뜻밖의 긴 휴가를 보낸 뒤 지난달 22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2주 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공식 개막전인 전북 현대-수원 삼성전과 9일 인천 유나이티드-대구 FC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대로라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후반 레이스에 한창이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선수들을 지켜볼 시간을 더 얻었다. 다른 나라 축구리그가 멈춘 상황에서 개막한 K리그는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을 기회를 얻은 셈이다.
문제는 기약 없이 멈춰선 A매치가 언제 다시 재개될 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코로나19 판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을 맞아 전세계 A매치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예선은 물론이고, 클럽 월드컵과 아시안컵 예선, 각종 친선경기도 모두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최근 조심스레 재개를 준비 중인 유럽축구 동향과 맞물려 하반기 A매치를 몰아서 치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중국 시나스포츠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중립 지역이나 같은 조 국가 중 안전하고 빠른 시간 내에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장소에서 2차 예선 남은 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남은 4경기 중 3경기를 홈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한국은 경기 장소가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불리함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이 역시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중요한 건 코로나19의 국가별 상황이 달라 미뤄진 A매치 일정을 재설정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FIFA는 당장 올해 8월 열릴 예정이던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 일정도 내년 1월로 연기하고, 올해 11월 인도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던 U-17 여자 월드컵 역시 내년 2월로 미루는 등 아직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