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종영한 tvN 수목극 '메모리스트'에서 초능력 형사 동백을 맡아 열연한 배우 유승호. 연기경력 21년 차의 어엿한 배우이지만 수사물은 '메모리스트'가 처음이었다. 도전을 마음에 새기며 작품에 들어갔지만 유승호에게 어색함이란 없었다. 형사 역할인 만큼 때로 박친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였고 때로는 강렬한 대사와 날이 선 눈빛으로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달했다.
시청률 면에서 3%대를 기록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수사물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게다가 기존의 수사물과는 다르게 새로운 색깔을 보여 준 초능력 수사물이라는 점과 작품 자체를 두고 이어지는 호평은 유승호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동백 캐릭터와의 혼연일체 된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그는 '메모리스트'를 통해 다시금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유승호와의 인터뷰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근 서면으로 진행됐다.
-종영 소감은. "처음 도전하는 장르여서 많은 걱정을 안고 시작했다. 역할이 경찰이다 보니 드라마 시작 전부터 맨몸 액션을 연습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신경 썼다.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크게는 세 가지다. 경찰이라는 직업, 초능력을 가진 인물, 후반에 정체가 드러나는 지우개와의 신경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언제부터 액션 연습을 준비했나. "크랭크인 두 달 전부터 시작했다. 그때 체중 증량도 같이하면서 몸을 키웠다."
-특별히 맨몸 액션을 준비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칼이나 도구를 이용한 액션을 많이 해본 편이라 현장에서 짧은 시간 연습해도 금방 몸에 익는 편이다. 그런데 맨몸 액션은 지금까지 짧게 짧게만 해본 게 전부였다. 긴 합을 맞추기 위해서는 따로 액션을 배워야 했다."
-체중 증량을 한 뒤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얻었다. "맡은 역할이 경찰인 만큼 더 단단하고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몸을 키운 거였다. 주변에서 '관리 안 하느냐' '턱선이 없어졌다'는 식의 말을 들으니 속상하긴 했다. 마치 관리를 못 한 것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얼굴이 잘 나오는 것 보다는 그 캐릭터에 어울리도록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작품에는 다시 날카로운 턱선을 선보일 것이다. 기대해 달라"
-본인의 액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쓰다 보니 힘들었다. 특히 발차기 같은 경우는 뻣뻣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태권도를 배우라고 했는데 울면서 안 간다고 했다. 지금은 그런 내가 원망스럽다. 그래서 50점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드라마 극 중 분위기 때문에 밝지는 못했다. 나 또한 항상 감정적이고 분노와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그 피로가 싹 풀렸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세영과 제대로 연기 합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호흡이) 잘 맞은 건 기본이고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준 것이 고맙다. 고창석·조성하·김서경 선배님들은 이전 작품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인 느낌이다. 윤지온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는데 천사가 있다면 그가 아닐까 싶다.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도 친형처럼 나를 잘 챙겨줬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었다. 어떤 매력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나. "평소 장르물에 관심이 많다. 웹툰으로 '메모리스트'를 처음 접했을 때 웹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동백의 캐릭터에 끌렸다. 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동백이의 통쾌한 모습도 굉장히 좋았다. 범죄자들을 직접 때려눕히고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의 화끈함이 마음에 들었다. 시청자들에게 그런 모습들을 통해 통쾌함을 전달하고 싶었다."
-실제로 초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나.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적도 많고 창피했던 적도 많았다. 돌아가 후회 없이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
-지우개의 정체는 극 후반부까지 가늠할 수 없었다. 누구인지 알고 있었나. "모두가 지우개의 존재만 알고 있는 상태로 시작했다. 감독님께서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고 나도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모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지우개가 처음 등장하기 4일 전쯤이 돼서야 이영진 선배가 지우개 역할을 맡게 됐다고 들었다. 동백이의 삭제됐던 과거에 관한 내용도 최종회 대본을 보고 나서 알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조성하 선배와 함께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성하 선배가 지우개로 몰린 후 상황이 다시 반전돼 내가 지우개로 지목되는 장면인데 촬영현장에서 나와 선배 모두 감정을 쏟아부어야 했던 장면이다. 이를 알고 있던 스태프들이 우리의 감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빠르게 세팅하고 움직여줘서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결말에 만족하나. "웹툰과 같은 결말로 갈지 다르게 갈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원작 웹툰과 다르긴 했지만 지우개의 정체와 비하인드를 알았을 때 그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납득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웹툰 원작과 다른 결말로 마무리됐다는 게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장르물 원작 리메이크의 특성상 불가피했다는 생각도 든다."
-시청률 부분은 '선전했다' '아쉽다' 등 평이 상반된다. "시청률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우리가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건 분명 우리가 놓친 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재밌게 봐주신 시청자분들에게는 너무 감사하다."
-작품에서 만족한 부분이 있다면. "각 캐릭터의 관계성이나 그에 얽힌 사건들은 분명 흥미롭게 그려졌다고 생각한다."
-'메모리스트'는 유승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예전부터 아역의 이미지,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연기를 해서 그런지 형사 역할에는 자신이 없었다. '뭘 해도 어려 보일 것이고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거로 보일 거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런 생각들을 스스로 많이 무너뜨렸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앞으로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굉장히 고맙고 사랑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평소 본인의 성격은. "사람들 앞에 쉽게 나서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다. 하지만 친구들이랑 만나면 수다쟁이로 변신한다. 평소 호기심이 많다."
-취미는 무엇인가. "오토바이를 즐겨 탄다."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평소 스릴러나 공포 장르를 좋아한다. 영화 '부산행' 같은 작품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현재 코로나 때문에 원래 예정돼 있던 영화도 하차하게 됐다. 주변 이야기만 들어봐도 어떤 작품을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당분간은 휴식하면서 다음 작품을 천천히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