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집단 성폭행 혐의 등을 받는 정준영이 2심에서 감형을 받은 것에 대한 재판부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N번방 등 젠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적합한 양형인가를 놓고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정준영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재판장 윤종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 그가 받고 있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은 흉기를 소지했거나 2명 이상이 합동으로 항거불능이나 심신미약 상태인 피해자를 강간한 범죄를 말한다.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법정형으로 두고 있다.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았던 정준영은 항소심에서 특수준강간 법정형 최소 형량인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한 차례 선고공판을 연기했으나 합의는 불발돼 반성문만 제출했다.
재판부는 "양형기준에는 합의 외에도 진지한 반성이 있다.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윤리적·도덕적 측면에서만 반성했는지를 반영했다"면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건 아니나, 본인이 한 행위 자체는 인정하고 진지한 반성한다는 취지의 자료를 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기준을 설명했다.
피해자와 합의한 최종훈은 법정형에서 판사 재량으로 감경해서 받을 수 있는 최저형인 징역 2년 6월을 받았다. 앞서 재판부는 "합의가 절대적인 양형 기준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진지한 반성이 부족했다는 최종훈의 형량을 절반으로 낮춰 이번 판결에 관심이 쏠렸다. 재판부는 "범행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진지한 반성이 부족해 보인다. 합의했어도 다른 요소를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판결을 놓고 일부에선 "공소사실을 부인해왔는데 재판부의 감형은 이해하기 어렵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나 잘못했다는 반성문 등의 내용은 진지한 반성이 될 수 없고, 공소 사실 자체를 부정했기에 양형의 사유로 보기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합의 여부가 갈린 정준영과 최종훈의 양형을 통해 모순이 드러나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에서 정준영은 상대 동의 없이 불법으로 촬영을 하고 유포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준강간 혐의는 재판 내내 부인했다. 최종훈 측도 성관계에 대한 부분을 부인해오면서 피해자와 합의해 합의서를 제출했다. 특히 정준영은 증거들이 위법으로 수집됐다면서 재판부가 채택한 증거에도 의문을 제기해왔다. 카카오톡 대화가 위법수집증거라면서 대화를 복원하는 경위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증거 수집 단계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더라도 모든 증거가 위법하다고 볼 순 없다"며 정준영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다음 날 정준영 측은 상고장을 제출했다. 법률대리인은 "1·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범죄 구성요건이 부족하다. 대법원에서 법리 오인 여부를 가려 성폭행범 낙인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였다는 점을 증거를 통해 따져보자고도 덧붙였다.
상고장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준영에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정준영이 진지한 반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적합한 양형이었는지 의문이다. N번방 사건과 같이 양형과 처벌의 확실성을 높여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관련 문제가 중요한 아젠다로 다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법부와 정치권 등 우리 사회에서 젠더 폭력문제와 인식에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률전문가는 "시대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양형기준"이라면서 "우리사회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