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주니오(34)의 말처럼 울산 현대가 달라졌다. 두 골을 내주면 세 골을 넣어 승리하는 든든한 '뒷심'이 생겼다.
울산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2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 0-2로 뒤지다가 후반에만 3골을 터뜨리며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라이벌' 전북 현대(승점6)와 함께 개막 2연승을 달리며 공동 1위를 유지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주니오였다. 지난 시즌 한 골 차이로 프로축구 K리그1 득점왕을 아쉽게 놓쳤던 주니오는 올 시즌 2경기 연속 멀티골(2경기 4골)로 울산의 개막 2연승을 이끌며 달아오른 발끝을 과시했다. 전반 44분과 후반 1분 연달아 수원에 골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던 울산은 후반 8분 터진 주니오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매서운 공세를 퍼부었고, 김인성(29)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경기 종료 직전 주니오의 역전 결승골로 짜릿한 뒤집기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날 역전승으로 울산은 지난 해와 달라진 모습을 증명했다. 안전한 경기 운영, 신중한 교체 타이밍 대신 적극적인 공격과 빠른 교체 카드 투입으로 경기 흐름을 조절했다.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지난 시즌에 비해 확연히 드러나는 변화다. 경기 후 김도훈(50)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팀이라는 걸 이날 경기를 통해 보여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격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한 건 선수들이 품고 있는 정신력이었다. 지난 시즌 '뒷심'에서 밀려 최종 라운드에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전북에 넘겨줘야 했던 아픈 기억이, 울산을 정신적으로 더 강하게 성장시켰다. 여기에 이청용(32)을 비롯해 포지션별로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면서 자신감도 더 커졌다. 주니오는 "우리 팀이 좋은 선수가 많다는 평가를 받지만, 우리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한 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기였다"는 말로 달라지고, 더 강해진 울산을 설명했다.
주니오에게 지난 시즌은 팀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가득한 시즌이었다. 팀도, 주니오도 단 한 골차로 타이틀을 놓쳤기 때문이다. 공격수인 주니오 역시 어느 정도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아직 단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날카로워진 주니오의 '득점 본능'도 정신적으로 더 강해진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니오는 "우리는 지난해보다 훨씬 강해졌고, 훌륭한 선수와 정신력, 좋은 전술이 더해진다면 계속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초반 울산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니오의 활약은 김 감독에게도 반갑기만 하다. 김 감독은 "주니오는 우리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선수다. 주니오가 연속 멀티 골을 넣은 건 그만큼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라며 '에이스'에 대한 흐뭇함을 드러냈다. 전력 보강을 통해 더 강해진 선수단 구성과, 지난 시즌의 아픔을 딛고 더 강해진 정신력이 어우러진 울산의 올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