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지난해 5월 3일 팀이 휘청거렸다. 나성범이 경기 중 3루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 무릎이 꺾였다. 이틀 후 무릎 전방십자인대 및 내측인대 재건술과 바깥쪽 반월판 성형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나성범 부상 전 0.293(33경기)이던 팀 타율은 이탈 후 0.274(111경기)로 떨어졌다. 5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지만 LG를 상대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 번째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5안타 빈타에 허덕인 게 결정적이었다. 2013년 1군 진입 후 줄곧 간판 역할을 하던 나성범의 빈자리가 유독 컸다.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난 나성범은 2020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개막이 5월 5일(예정 3월 28일)로 미뤄져 여유를 갖고 몸을 만들었다. 단 부상 재발을 우려해 수비하지 않는 지명타자로 역할이 제한됐다. 이 바탕에는 '타격'만으로도 팀에 도움이 될 거라는 코칭스태프의 믿음도 깔렸었다.
'나성범 복귀 효과'는 개막전부터 발휘됐다. 나성범은 0-0으로 맞선 4회초 상대 선발 백정현을 공략해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당시 백정현은 자타가 공인하는 'NC 천적'이었다. 통산 성적이 12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3.51로 극히 강한 상대 전적을 자랑했지만, NC는 나성범의 홈런을 발판으로 4-0 승리를 거뒀다. 모창민은 "(나성범의 복귀 효과는) 엄청 크다. 선제 홈런을 치지 않았으면 백정현 선수에게 끌려갔을 거다"며 "팀 공헌도가 큰 선수다. (라인업에) 들어오면 좋다"고 했다.
중심 타자들의 부담도 한결 덜었다. 알테어의 시즌 초반 부진을 여유 있게 지켜볼 수 있었던 바탕에도 나성범이 있다. 2번 타순에서 알테어가 침묵하더라도 3번 나성범이 중심 타선에 찬스를 연결한다. 4번 양의지 앞에 나성범이 버티니 상대 투수는 피해갈 곳이 없다. 2016시즌 홈런 115개를 합작한 '나테이박(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 타선에 버금가는 '나테의박(나성범·알테어·양의지·박석민)' 타선이 구축됐다는 평가도 있다. 시즌 첫 11경기에서 10승을 따낸 원동력 중 하나도 나성범이 돌아온 타선. 팀 홈런 18개로 이 부분 1위다.
양의지는 "(나성범은) 보이는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도 플러스 요인이 많이 있다. 우리 팀의 중심타자로서 사기를 올리는데도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이명기도 "선수단 분위기에 상관없이 본인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난 시즌에 같이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같은 팀에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나성범의 타격감을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11경기에 출전해 기록한 타율이 0.268(41타수 11안타)이다. 하지만 팀 내 홈런 1위(4개). 시즌 결승타가 벌써 2개나 있다. 김종문 NC 단장은 "상대 투수들이 갖는 부담감이 크지 않나. 타율은 아직 3할이 안 되지만 중요할 때 한 방씩 때린다. 찬스가 잡히면 쳐야 할 때 쳐주니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