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빈이 명함을 내밀었다. 태어나 처음 가져보는 명함이라면서 수줍게 건넸다. 직함은 CEO. 올 1월 JYP엔터테인먼트와 계약 만료 후 새로운 소속사 르엔터테인먼트를 차린 유빈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바지사장은 아니다. 직접 방송국 미팅을 다니고 예산도 결정한다. 그는 "데뷔 14년차가 됐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넵넵'이라는 문자를 보내기 바쁘다"며 말단 직원마냥 대답하기 바쁜 일상을 전했다.
-새출발 소감은 "처음으로 정말 1부터 100까지 모든 과정을 해본 첫 앨범이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든다. 큰 기대감을 갖기 보다는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볍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전참시' 선미 매니저였던 해주 실장과 함께 한다고. "원더걸스 때부터 같이 일을 했다. 선미가 독립하면서 도와주려고 같이 나갔을 때도 소통을 계속 하고 있었다. 그러다 매니저 일을 잠깐 쉰다고 해서 만나 여기까지 왔다. 처음엔 회사를 세울 생각조차 없었다. 뭔가 제자리에 있는 것 같고,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찰나에 이렇게 용기를 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일을 저질렀다."
-여자 가수로선 이례적 행보다. "사업하는 아버지 영향도 있고, 가까이서는 박진영PD님을 봤다. 예전에 원더걸스 하면서도 우리끼리 소소하게 회사 차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왜 지금 이었나. "힘들 수도 있지만 저질러본다는 마음으로 세우게 됐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야하는 건지 몰랐다. 솔직히 말하면 몰라서 차렸다.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방송국 미팅도 직접 갔다고. "내가 다 알고 싶었다. 오래한 매니저님들 처럼 능수능란하진 않지만 앞으로 하는 과정을 내가 알아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 세우고 처음 나오는 싱글이라 음악방송 페이스 타임도 직접 돌았다. 다들 깜짝 놀라셨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느낌으로 나를 보시더라. 페이스타임에 나오신 대표님들도 내가 어려서부터 본 분들 혹은 JYP 출신들이라서 감사하게도 많이들 도와주셨다. 솔직히 정말 무서웠고 떨면서 갔다. 덕분에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CEO가 적성엔 잘 맞나. "그룹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다른 친구들을 같이 생각해주는 것을 즐거워하더라. 예를 들어 멤버들이 솔로 준비할 때도 같이 생각해주고 아이디어를 같이 내고 그런 회의들이 즐거웠다. 회사를 세워도 혼자 있고 싶진 않았다. 혜림이가 믿고 와줘서 고맙고, 덕분에 힘내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연차가 쌓이면서 JYP에서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었다. 앨범 제작에 대한 전반적 작업은 참여했으니 어느정도 알겠는데, CEO와 아티스트 사이 현실적 고민이 어렵더라. 예산을 결정해야 하는데 나의 니즈와 현실적인 것들에서 중간을 찾는것이 가장 어렵다."
-아티스트와 CEO 사이에서 누가 힘이 세나. "결국 CEO가 손을 들었다. 박진영PD님 이해가 가고 전 사장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과거에 많은 것을 요구했구나 하는 어떠한 반성도 했다(웃음)."
-예산을 줄이느라 어쩔 수 없이 포기한 것들이 있다면. "스케줄을 빠듯하게 가져갔다. 되도록이면 하루에 몰아서 찍어 예산을 줄이고, 최대한 시간을 줄여서 해보려고 하고, 세트도 최대한 제작비를 아껴보려 했다."
-전 앨범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내가 결정을 다 해야 한다는 게 어려웠다. 다른 것보다 정말 결정할 것들이 많아 힘들었다. 내가 노래와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JYP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구나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