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17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고 27일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전날 오전 8시30분께 이 부회장을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이날 오전 1시30분께 돌려보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어떤 지시·보고를 주고받았는지 캐물었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보고 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은 3년 3개월 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분식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이 부회장까지 소환하며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은 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검토해 필요하면 이 부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추가 소환조사와 구속 기소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뉴삼성’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법리스크’가 다시 대두되며 삼성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현재 삼성과 이 부회장의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삼성전자 노조 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혐의’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 “공식 입장은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뒤 ‘뉴삼성’을 향한 광폭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불러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협력에 대해 논의해고, 중국 시안의 반도체공장 방문으로 글로벌 현장 경영도 재개했다. 지난 21일에는 평택에 10조원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비상경영체제가 ‘사법 리스크’로 인해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상황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