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끄는 LG전자는 최근 구미A3공장의 인도네시아 이전을 발표했다. 구미공장의 생산라인 6개 중 2개를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전하는 2개 라인은 올레드와 나노셀 TV로 LG전자의 주력 모델이다. LG전자는 연내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강화해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기지로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인건비 절감으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한다는 LG전자의 방향성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 인건비의 7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TV 원가를 낮춰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5년 준공된 인도네시아 공장은 이번 이전 결정으로 50%의 생산능력이 증대될 전망이다.
구 회장 체제 아래 LG는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LG 스마트폰의 생산라인도 평택에서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한 바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만성 적자 극복을 위한 자구책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사장단 워크숍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TV의 생산라인 이전 결정도 구 회장의 경영 철학에 상응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이번 결정과 관련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LG전자의 생산라인 이전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는 “LG전자의 이번 발표는 구미시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문제가 구미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큰 방향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LG전자의 방향성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제조국의 본국 회귀) 정책에 상충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선포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한국을 글로벌 생산 중심지로 키우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경기 평택캠퍼스에 1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시설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EUV 기반의 최첨단 제품 수요에 대응하는 생산 시설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신성장 동력인 시스템반도체의 안정적 형성을 위한 생산 중심지로 한국을 택한 셈이다.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신설이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전제된 투자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를 겨냥하고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부회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평택캠퍼스는 기흥 2개, 화성 3개, 미국 오스틴 1개에 이은 삼성전자의 7번째 파운드리 라인이기도 하다. 이번 평택캠퍼스의 시설 착공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대만의 TSMC를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