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초반 부진을 딛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잠실 두산전에서 이긴 뒤 기뻐하는 SK 선수들. 김민규 기자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초반 10연패에 빠졌다. 11경기에서 1승10패(승률 0.091). 처참한 출발이었다. 지난달 15일 NC 다이노스에 2-6으로 지면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시작됐던 SK의 연패는 야수진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이어졌다. 이어 마운드마저 와르르 무너지면서 우승 후보로 꼽힌 SK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그러나 SK의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두산 베어스를 6-1로 이긴 뒤, 29일부터 31일까지 한화 이글스와의 홈 3연전을 싹쓸이했다. 최근 4연승으로 7승16패를 기록한 SK는 16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
SK의 부진 이유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었다. 팀 내 최고 연봉(13억원)을 받는 포수 이재원(32)은 시즌 3번째 경기에서 오른 엄지 골절 부상을 입었다. 호타준족 외야수 고종욱(31)도 발목 염좌로 7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총액 90만 달러(11억원)를 주고 데려온 외국인 선발 투수 닉 킹엄(29·미국)은 지난달 15일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여기에 홈런 3위(6개) 한동민(31)마저 오른쪽 정강이뼈 미세 골절로 지난달 26일 엔트리에서 빠졌다. 타선을 지키고 있는 홈런왕 출신 주장 최정(33)은 한때 타율 1할대에 머물렀다. 고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들은 SK를 구해내지 못했다.
2020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K선발 이건욱이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대신 무명의 용사들이 SK를 구하고 있다. SK 탈꼴찌의 시발점은 지난달 28일 두산과 원정경기였다. 킹엄 대신 이건욱(25)이 선발투수로 나왔다. 이날 등판 전까지 이건욱이 경험한 1군 경기는 5경기뿐이었다. 2016년 1경기, 2017년 2경기에 등판한 그는 2018~2019년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다.
이건욱은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3피안타·1볼넷·3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 2사 김재호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기 전까지는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첫 승을 거둔 그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구단에 밥값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봉 3000만원인 그가 ‘밥값’을 해내자, 다른 무명 선수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5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타격하는 SK 포수 이흥련. [사진 SK 와이번스] 지난달 29일 두산에서 SK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포수 이흥련(31)은 오자마자 홈런을 터뜨렸다. 3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0-3이던 5회 말 추격의 솔로포를 날리는 등 이흥련은 4타수 3안타(1홈런)·3타점을 기록했다. SK는 9-3 역전승을 거뒀다. 이흥련은 지난달 31일 한화전에서도 5회 결승 홈런을 날리며 4연승을 이끌었다.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정도로 깜짝 활약이었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데뷔한 그는 두산(2017~19)을 거쳐 SK로 오기까지 백업포수 역할을 맡았다. 한 번도 억대 연봉을 받아본 적 없는 그의 올해 연봉은 7000만원이다.
2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연습경기. 6회초 두산 공격 SK 투수 문승원과 교체된 김정빈이 역추하고 있다. [연합뉴스]연봉 2700만원의 왼손 불펜 김정빈(26)은 이미 연봉 이상의 성적을 냈다. 2013년 입단해 만년 유망주였던 그는 올 시즌 12경기에서 12와 3분의 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한화전에서는 8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4연승의 디딤돌을 놨다. 김정빈은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두 차례만 나왔다.
지난 2년간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그는 고통스러울 만큼 억지로 먹었다. 키 1m82㎝인 그의 체중이 73㎏에서 90㎏으로 늘어나자 공에 힘이 붙었다. 김정빈은 “‘나를 제발 써달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예전에는 볼넷을 하나 내주면 기죽고 눈치를 봤다. 요즘에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스타가 많은 SK에서도 이를 악물고 1군 무대를 준비한 무명 선수가 꽤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SK의 탈꼴찌도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