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있어서는 안 됐다.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대상 트로피는 당연하게도 봉준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봉준호 감독은 5일 오후 4시 50분 경기도 일산 킨텍스 7홀에서 열린 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대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됐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까지 약 10개월간 펼쳐진 '기생충' 레이스를 마치고 지난 2월부터 '칩거'에 들어간 봉 감독은 이날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으나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를 통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봉준호 감독과 대상을 두고 경쟁한 후보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이었다. 봉준호 감독이냐,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냐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자신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셈이다.
대상의 주인공을 높고 벌인 심사는 단 5분 만에 끝났다. 치열한 논의는 없었다.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고, 반박할 수 없었다. 심사위원 7인 모두 봉준호 감독을 향한 찬사를 쏟아낸 후 대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연출자로서의 재능은 물론 스타성까지 가진 흔치 않은 감독"이라며 "봉준호 감독이 그간 켜켜이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기생충'이라는 기적 같은 결과물로 귀결됐다. '괴물'에도, '설국열차'에도, 그리고 '기생충'에도 모두 이 사회를 꿰뚫어 보는 봉준호 감독의 시선과 의식이 담겼다. 천재적이면서도 집요하다. 한국영화 101년사에 다시 없을 인물이자 1000년에 한 번도 나오기 힘든 인물이다. '제2의 봉준호'에 관해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의 뒤를 잇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심사평을 내놓았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년간 '기생충'으로 한국영화사의 모든 기록을 석권했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썼고, 국내외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최다' 트로피를 품에 안았으며, 한국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백상예술대상을 끝으로 그는 화려하고도 길었던 '기생충' 레이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석었던 영화광은 전 세계 관객들이 자막이라는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도록 만들었다. 미국 로컬 시상식인 아카데미에서 한국 로컬 영화로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 형님 등 세계적 감독들에게 텍사스 전기톱으로 트로피를 잘라 나눠주지 못해 아쉬워했다. 자신 작품의 장르를 명확히 정의하기 힘들다고 하자, 스스로가 곧 장르가 돼 버렸다.
역사는 지금도 쓰여지고 있다. 장기 휴가를 받았다지만 봉 감독은 쉬지 않고 성실히 펜을 들었다.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고 차기작 시나리오 집필에 매진하고 있다. 앞서 그는 "나는 노동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이라 이번엔 좀 쉬어볼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하며 다음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