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제56회 백상예술대상이 무관중 개최된 가운데, 영화부문 시나리오상은 영화 '엑시트(이상근 감독)'의 이상근 감독에게 돌아갔다.
'벌새' 김보라 감독, '기생충' 봉준호 감독·한진원 작가,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감독·이지민 작가,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등 쟁쟁한 후보들 사이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도 상당하지만, 올해의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들은 최약체라 꼽혔던 '엑시트' 성공의 시작점이 되었을 시나리오의 균형감에 많은 점수를 할애했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지난해 7월 개봉해 총 940만 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메가 히트작'으로 거듭났다.
당초 여름시장 최약체로 꼽혔지만 보란듯이 대박 흥행에 성공한 '엑시트'는 단순히 '오락'이라는 장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으며 재난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상근 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동시에 힘을 발휘했다는 평이다.
실제 '엑시트'는 시원하고 유쾌한 영화적 재미 뿐만 아니라, '재난 대피 요령의 교과서'라 표현될 정도로 재난 상황 대처 매뉴얼을 리얼하게 엮어내 주목 받았다. 스쳐 지나갔던 일상 소품들이 재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정보를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 제공한 것.
또한 조정석·임윤아 두 주인공이 러닝타임 절반 이상을 뛰어 다니지만 같은 상황 속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도 차별화 된 설정과 배경으로 지루함 없이 끝까지 이끌고 나간다는 점도 호평 받았다. 이는 세심하고 촘촘하면서도 탄탄한 시나리오가 존재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심사위원들은 "'엑시트'는 이상근 감독의 연출력도 훌륭했지만, 기획과 시나리오 구성도 분명 탁월했던 작품이다. 코믹·오락영화 장르의 첫번째 목표이자 가장 이루기 힘든 목표가 '관객들을 시원하게 웃긴다'는 것이다. '엑시트'는 9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며 그 어렵다는 코믹·오락영화 장르의 목표를 일궈냈고, 재난영화의 새 지평까지 열었다. 거기에 의미에 메시지, '엑시트'만의 스토리도 담아냈다. 보는 이들에게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매끄러움을 완성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때문에 영화적 재미와 장르적 발전을 모두 보여준 '엑시트'의 성과는 이상근 감독의 연출력만 발휘된 결과라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들이 '시나리오가 좋아 선택했다'는 말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다. 균형감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억될 영화를 탄생시킨 이상근 감독의 차기 행보가 기대된다"는 총평을 전했다.
이로써 '엑시트'를 통해 상업영화 데뷔 신고식을 치른 이상근 감독은 첫 영화로, 영화의 시작이자 가장 밑바탕이 되는 시나리오로 백상예술대상의 첫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연출력은 물론 작가적 재능까지 인정 받았다.
무대에 오른 이상근 감독은 "상을 받아 기분은 좋은데 예상 밖이라 얼떨떨하다. 시나리오를 열심히 썼다. 오래 걸리긴 했는데 원하던 글을 써서 영상에 옮겨지고 많이 봐줘서 이렇게 상까지 주는 것 같다"며 "조정석, 임윤아 배우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