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으로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여기에 지나치게 낮아진 금리로 예·적금의 필요성은 더욱 줄었다.
하지만 프로야구 관련 예·적금 상품들은 인기리에 ‘완판’되고 있어 대조되는 모습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선택해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가 제공되는 상품이다.
코로나19에 무관중 경기로 진행됨에도 프로야구 열기가 뜨거운 만큼, 프로야구 관련 예·적금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에 은행서 돈 빠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이 보유한 정기예금 잔액은 총 513조6324억원으로 전월 말(521조5373억원) 대비 1.5%(7조9049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의 정기예금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정기예금이 같은 기간 121조1605억원에서 117조8843억원으로 2.7%(3조2762억원)나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122조902억원에서 1.5%가 줄었고, 하나은행은 1.0%가 감소했다.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잔액도 145조3522억원에서 143조8455억원으로 1.0%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은행에서 정기예금 돈을 빼는 데에는 코로나19 여파가 꼽힌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정기예금으로 여유 자금을 묵혀둘 여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생활고로 현금이 필요해진 이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한 영향도 섞여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업계서는 기준금리 추락을 큰 요인으로 꼽는다.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미미해지면서 정기예금을 찾는 이들이 줄고 있다는 얘기다.
프로야구 관련 예·적금은 '완판' 행진
은행에 묶어두던 여유 자금을 빼는 분위기 속에서도, ‘완판’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예·적금 상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KBO리그의 타이틀 스폰서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된 ‘2020 신한 프로야구 정기예금’은 열흘 만에 5000억원 한도를 소진했다.
신한은행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4일 1조원가량의 2차 판매에 들어갔는데, 이 역시 20여 일 만에 완판됐다. 5만5381계좌, 총 1조5922억원의 자금이 몰린 것이다.
신한은행의 프로야구 정기예금 판매는 마감이 됐지만, 적금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응원팀의 성적에 따라 최고 연 2.8%까지 보장되는 ‘2020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지금도 가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상품은 지난달 말까지 총 7만1211계좌가 판매됐다.
응원팀으로는 지난달 말 기준 ‘두산 베어스 적금’에 가입한 고객이 55%로 절반을 넘었다. 2위인 SK 와이번스 적금 가입자는 9%였고, LG트윈스는 8%로 3위, KIA 타이거즈는 6%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정기적금은 월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부을 수 있다. 기본 금리는 연 1.4%다. 여기에 선택 팀의 성적에 따라 최대 연 1.0%포인트(한국시리즈 우승 시), 6월 30일까지 조기 가입 시 연 0.2%포인트 추가 등의 혜택이 있다. 가을야구에 실패한 구단을 응원하면 연 0.5%포인트의 우대금리만 주어진다.
지방은행들도 다양한 프로야구 상품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행은 롯데자이언츠 가을야구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연고 팀인 롯데자이언츠 성적에 따라 최고 연 1.6%의 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지난 4월 출시 2주 만에 한도 4000억원을 모두 소진했고, 3000억원 한도의 추가판매에도 가입자들이 몰리며 완판됐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도 각각 지역 연고 팀인 NC다이노스(창원)와 KIA 타이거즈(광주)의 우승을 기원하는 예금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은행권의 야구 관련 상품이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가 되면서 올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국내 은행의 예·적금 신상품 24개 중 야구 관련 상품은 5개로, 2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야구팬들의 높은 관심으로 관련 예·적금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야구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매력적인 이벤트 상품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