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터넷 벗방 BJ(Broadcasting Jockey)’에 대한 성 착취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벗방 BJ란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옷을 벗은 채 방송하는 사람을 뜻한다. 원래는 스스로 음란 행위를 하며 시청자를 끌어모은 뒤 ‘팝콘’ 등으로 불리는 유료 아이템을 받아 돈을 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실상 연예기획사의 속임수와 압박에 의해 성 착취를 당했다는 정황이 불거진 것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팝콘티비 등에서 벗방 BJ로 활동해온 20대 여성 A씨는 소속사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 B씨를 사기와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남부지검이 초기 수사를 강서경찰서에 맡긴 건 벗방 촬영 장소가 강서구 한 원룸이기 때문이다.
━
BJ 위에 유령 기획사 있나
B씨의 ○○○엔터테인먼트는 유령 회사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사업자등록이나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는 2018년 12월 A씨에게 접근한 뒤 “○○○엔터테인먼트가 실제 존재하고 회사의 매니지먼트를 제공하겠다”고 속여 방송활동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
“대화만”→“벗어라”
고소장에 따르면 B씨는 계약 전 “옷을 벗지 않고 시청자와 대화만 하는 정도로 월수입 2500만~3000만원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가 계약 후 “그 정도 돈을 벌려면 벗방을 해야 한다”며 말을 바꿨다고 한다. 다른 벗방 영상을 보여주며 “따라 하라(팬티만 입은 채 성행위 시늉을 하고 신음을 내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BJ로 나서기 전 유흥업소 종업원이었다. B씨는 그런 A씨를 타깃으로 삼았다. 유흥업소 종사자 등은 성범죄를 당해도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 전력이 약점으로 잡힐까 두렵다’는 이유로 신고를 더욱 주저할 수밖에 없다.
━
그만두려 하자 “너 목 뜯어볼까”
A씨가 B씨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자 B씨는 “너 목 한 번 제대로 뜯어서 싸움 한 번 해볼까” “일상생활 못 하게 만들어 줄까”라며 위협하고 벗방을 강요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그만두려면 위약금 1000만원, 방송장비 비용 100만원, 원룸 임차 보증금 1000만원, 수입 일부(100만원)를 입금하라”고도 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B씨는 범행을 통해 A씨의 수익금 중 일부(4200만원가량)를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방송에 필요한 소품 등을 스스로 구매하느라 실제 내가 손에 쥔 돈은 1000만원도 안 된다”고 밝혔다. 현재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탈모와 소화기능 장애,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방송 도중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
“피해자 많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피해자가 추가로 나올 전망이다. B씨가 A씨 외에 다른 BJ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령 연예기획사가 더 있고 그 밑에 있는 BJ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피해인지 의식을 못하는 BJ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플랫폼 업체들이 범행을 방조한 건 아닌지도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