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밀집 수비 대형을 만들 때 집중해서 풀어가야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다. 더 투쟁적이고 도전적인 팀이 돼야 한다."
지난달 30일 울산 현대가 극단적 수비전술을 들고나온 광주 FC와 4라운드에서 1-1로 비긴 뒤 김도훈 울산 감독이 내뱉은 말이다. K리그1(1부리그) 최강 화력을 가진 울산. 이런 울산을 상대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팀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팀들이 수비전술에 초점을 맞춰 울산을 상대한다. 김 감독이 이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것이다. 광주와 같은 팀들, 이런 전술을 구사하는 팀들을 격파하는 것이 우승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풀지 못한다면 우승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광주전에 이어 5라운드에서는 포항 스틸러스를 만났다. 포항은 뒤로 물러서는 팀이 아니다. 울산과 맞불을 놓을 수 있는 팀이다. 그러자 울산의 화력은 신이 났다. 무려 4골 폭죽을 터뜨리며 4-0 완승을 일궈냈다.
그 다음 상대가 성남 FC. 울산은 13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성남과 6라운드를 펼쳤다. 성남은 K리그1 최소실점 공동 1위에 오를만큼 수비가 좋은 팀. 또 수비에 초점을 맞추는 팀이다. 공격진의 화력과 스쿼드가 월등하지 않기에 수비 조직력으로 강팀을 상대하는 팀이 성남이다. 울산이 다시 한 번 광주전과 비슷한 분위기에 놓인 것이다. 성남의 수비는 단단했고, 울산은 성남의 수비에 고전했다. 후반 막판까지 성남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공격을 계속 시도했고, 경기의 주도권도 가졌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다. 광주전과 같은 무승부 결과를 낼 수도 있었던 상황. 그때 '킬러' 주니오가 나섰다. 후반 42분 문전 혼전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성남 골대 왼쪽 구석을 갈랐다. 결승골이었다. 덕분에 울산은 1-0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만약 울산이 승리하지 못했다면 고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광주전과 같은 상황. 수비적으로 나오는 팀들에게 승점 1점을 내주는 상황의 반복. 대권 행보에 큰 지장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울산을 상대하는 약팀들이 모두 이렇게 나올 것이고, 울산이 지속적으로 고전한다면 울산의 우승은 또 다시 무산될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이번 성남전 승리가 큰 의미가 있는 이유다. 대승은 하지 못했지만 수비적으로 나온 팀을 상대로 꾸역승이라도 했다. 이런 모습이 우승팀의 모습이다. 상대가 아무리 극단적으로 잠궈도 단 한 번의 틈이 보인다면 뚫어내는 것이 강팀의 저력, 우승 팀의 경쟁력이다. 울산이 성남을 상대로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또 핵심 자원인 이청용이 지난 경기 가벼운 부상으로 성남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울산은 이청용이 없어도 매력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선수 1, 2명 부재에 흔들리지 않는 울산의 모습을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체적으로 울산이 거대한 희망을 제시한 한 판이었다. 한 단계 성장한 발걸음으로 우승에 다가서고 있음을 증명한 경기였다.
김 감독도 수비적인 팀을 무너뜨린 것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는 성남전 승리 후 "내려서는 팀에 해법을 찾았다는 것, 승리한 것에 대해 우리 팀이 강해지고 있다고 느낀다. 내려서는 팀과 어려운 경기를 할 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울산은 올 시즌 K리그1 유일한 무패 팀이다. 성남전 승리로 4승2무, 승점 14점을 기록했다. 5승1패, 승점 15점의 1위 전북 현대와 승점 1점 차에 불과하다. 14골로 다득점 1위, 4실점으로 최소실점 공동 2위 그리고 골득실에서도 +1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우승 팀에 득점왕이 존재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니오는 6경기에서 7골을 터뜨리며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린 주니오다. 전북보다 승점 1점이 적지만 많은 부분에서 전북을 압도하고 있는 울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