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 대로 꼬였다. 잔뜩 엉켜버린 한화 선발진이 실타래를 풀어 줄 적임자를 애타게 찾고 있다.
한화는 지난 17일 대전 LG전에 앞서 투수 장민재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하루 전인 16일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4⅔이닝 7실점으로 무너져 패전의 빌미를 제공한 탓이다. 1회초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한꺼번에 5점을 내줘 주말 연승에 성공한 팀의 사기를 단숨에 꺾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경기 후 장민재를 2군으로 보내고 선발 로테이션을 재편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최 감독대행이 구상한 선발 로테이션은 6선발 체제를 기본으로 워윅 서폴드, 채드 벨, 장민재가 1군에서 고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남은 세 자리를 여섯 명의 투수가 격주로 채우는 방식이었다. 지난 시즌 규정 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가 한 명도 없는 팀 상황을 고려해 각 투수에게 최대한 긴 휴식을 보장하고, 한 시즌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2군에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속내였다. 또 그 과정을 통해 여러 투수의 선발 등판 기록이 쌓이면 추후 좋은 선발 감을 골라내는 데 보탬이 되리라 여겼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됐다. 최 감독대행은 "송진우 투수코치님과 상의해 보니, 서폴드와 채드벨이 주 1회 정해진 날 등판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평소 루틴대로 준비하는 것을 선호하더라"며 "선발진의 주축인 선수들이라 그들의 컨디션을 맞춰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두 외인 투수의 의사를 반영해 5일 간격 로테이션을 유지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고정 선발로 낙점했던 장민재가 이탈하면서 장시환이 다시 선발진에 복귀하게 됐다. 당초 최 감독대행은 경험 많은 장시환에게 미들맨 역할을 맡겨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도 최대한 대등하게 경기를 끌고 가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장민재가 선발로 예상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 또한 없던 일이 됐다.
최 감독대행은 "장민재는 포크볼이 주 무기인 투수인데, 직구 볼 끝이 좋아야 (포크볼도) 효율성이 좋다. 그런데 직구 자체에 힘이 너무 없다 보니 정타로 다 맞아 나간다"며 "얼마 전에 한번 2군에 다녀오긴 했지만, 다시 내려가서 구위를 회복하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경기를 극복하기가 너무 힘드니, 운영자는 그 선수가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잘 배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1군에 돌아오면 미들맨과 셋업맨을 오가는 스윙맨을 맡기려고 한다. 물론 장민재가 구위를 회복하고, 또 엔트리 안에 있는 다른 투수가 2군에 가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다"라고 강조했다.
장시환은 18일 2군에서 돌아와 곧바로 대전 LG전 선발투수 자리에 투입됐다. 이제 남은 두 자리를 두고 선발 경험이 있는 기존 선수들과 2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예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합할 전망이다. 최 감독대행은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거나 선발을 맡아본 적 있는 선수들이 우선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만약 그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회복할 시간을 주면서 그사이 2군에서 본 좋은 선수들을 선발로 써보려 한다"고 했다.
따라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던 김민우와 김이환이 다시 선발로 나서게 될 공산이 크다. 둘 다 올 시즌 출발이 아주 좋았지만,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져 2군에 가 있다. 시즌 초반의 강력한 모습을 되찾는다면, 한화도 안정적인 선발진을 운영할 수 있다. 또 퓨처스리그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최이경, 오동욱과 올해 신인 남지민, 한승주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 1군에서 선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 모두 최 감독대행이 1군 지휘봉을 잡으면서 선발 요원으로 염두에 뒀던 이름들이다.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도 된다. 18연패를 겪으면서 크게 요동친 한화 선발진은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원투펀치로 고정된 서폴드와 채드벨조차 아직 기복이 심한 피칭을 하고 있어 더 그렇다.
수차례의 실험과 모험을 통해 데이터를 쌓고, 그 안에서 오류를 최소화할 공식을 도출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한화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과 기대보다 근거에 기반을 둔 '확신'이다. 최 감독대행의 소신 있는 행보와 한화 구단의 믿음과 인내가 결합해야 이 난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