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는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 은행원들 모습. 올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영업점 축소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데다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대책이라는 분석이다. 자연스레 은행원의 필요성도 줄어든 모습이다. 반면 ‘디지털’을 강조하며 은행들은 IT 관련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비효율' 영업점 통폐합 박차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며, 영업점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내달 10일 15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한다. 이번에 문을 닫는 지점은 서울지역에서는 화곡본동·홍릉(점)·중곡서·노원역·방배동(점)·연서(점)·고대입구(점) 등이다. 부산의 화명롯데카이저·수영(점), 대구의 이곡동·성서첨단산업단지 등의 지점도 폐쇄된다.
신한은행도 7월에 4곳의 영업점을 통폐합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인계동점·안영역·대전 반석역·전남 순천점이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서울 낙성대점·세종 첫마을점의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며, 하나은행은 대치역점을 대치동점으로 통합한다.
앞서 지난 1~2월에도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은 70곳가량의 영업점을 통폐합했다.
다음 달에 통폐합되는 지점까지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100개가량의 지점이 문을 닫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지난해 연말 3525개에서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이미 3441개로 84개 감소했다.
A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바뀌었고, 영업점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통폐합을 하고 있다. 꾸준히 해오던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영업점 축소 흐름은 매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6년 7280개에서 2018년 6953개, 지난해 6904개로 점점 줄었다.
시중은행들이 영업점을 통폐합하거나 축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성장·저금리 등으로 은행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는 데 있다.
특히 비대면채널을 이용한 금융거래가 늘며 영업점의 생산성이 크게 낮아졌다.
신한은행을 보면 올해 1분기 순이자마진(NIM)이 1.61%로 전년 동기 대비 0.20%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은행의 NIM 역시 1.71%로 0.15%포인트 줄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NIM도 각각 1.52%, 1.55%로 0.13%포인트, 0.16%포인트씩 감소했다.
최근 기준금리가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2분기에도 은행들의 이자이익 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은행원보단 'IT 인력' 채용 집중
은행 영업점의 통폐합이 이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도 감소 추세를 보인다. 은행들 사이에 뱅커보다 전문 IT 인력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그 자리를 IT 인재들이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은행권의 IT 인력은 총 837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은행권 인력의 7.2% 수준이다.
2018년 말에는 7801명(6.7%)이었는데, 1년 만에 약 600명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주요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말 6만135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6만1642명보다 300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를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직원 수가 줄었다. 국민은행에서는 1년 사이 280명이 줄었고, 하나은행에서는 513명이 짐을 쌌다.
이미 시장에서는 예측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에서도 지난 2018년 말 기준으로 금융업 취업자 수가 83만1000명이었는데,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 취업자 수가 3년 새 4000명이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은행원 일자리가 줄어든 배경에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가 자리 잡고 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거래 비중이 늘다 보니 오프라인 일자리가 자연스레 감소한 것이다. B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상반기 채용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디지털 IT 부문에서는 수시 채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