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체질을 증명한 새 얼굴들이 소속팀의 마운드 운영에 악재가 생긴 상황에서 단비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KT 김민수(28)는 두 시즌 연속 대체 선발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9시즌에는 금민철이 부진하며 2군으로 내려간 6월 셋째 주 공백을 메웠다. 이강철 KT 감독이 부임 뒤 마무리캠프에서 선발감으로 점찍었고, 예상보다 빨리 활용할 기회가 왔다. 5강 경쟁이 한창이던 9월 중순까지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올 시즌은 불펜에서 시작했다. 신인 우완투수 소형준에게 자리를 내줬다. 롱릴리버가 없는 KT의 불펜 상황도 작용했다. 비시즌부터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선수다. 불펜으로 나선 2020시즌 초반에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9경기에서 10점이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가 고관절 부상으로 이탈하자 다시 선발 기회를 얻었고, 기대를 웃도는 투구를 보여줬다. 지난 11일 KIA전, 16일 SK전에서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3점 이하로 막아냈다. 4선발 김민마저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 이강철 감독은 김민수에게 꾸준히 기회를 줄 생각이다.
악재가 많은 시즌이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된 탓에 루틴은 무너졌고, 개막 첫 달부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예상보다 부진한 투수도 많다. 현재 롯데, KIA, LG 정도만 정상적으로 5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다른 7팀은 대체 선발을 내세운다.
모든 팀이 스프링캠프에서 예비 선발을 확보한다. 1군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젊은 투수도 이닝 소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퓨처스팀에서 선발 수업을 받도록 유도한다. 덕분에 신인급 투수가 대체 선발로 나서서 선전한 경기도 많다.
삼성 좌완 신인 허윤동(19)은 데뷔전이던 5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6월 3일 잠실 LG전에서는 2연승을 거뒀다. 두산도 14일 한화전에 나선 박종기(25)가 4⅔이닝을 3실점을 막아냈다. 박종기는 2015시즌에 등판한 세 경기가 1군 이력의 전부다. 20일 LG전에서는 개인 최다인 6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입단 7년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저연차 투수는 아직 생소함이라는 무기로 상대 타선을 상대한다. 변수가 많다. 그래서 1군에서 경험이 많은 투수를 선호하는 팀도 있다.
삼성 우완 옆구리 투수 김대우(32)는 이미 안착한 수준이다. 백정현이 부상으로 이탈했던 개막 3주 차부터 자리를 메웠고, 이닝과 투구 수를 점차 늘려갔다. 5경기에서 한 번도 4점 이상 내주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선발로 14경기에 나서며 쌓은 경험을 잘 살리고 있다. 삼성은 외인 벤 라이블리만 돌아오면 탄탄한 5인 로테이션을 갖출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도 이용찬과 크리스 플렉센이 이탈한 직후, 스윙맨이던 우완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26)을 내세워 한 자리를 메웠다. 그도 김민수처럼 선발 체질을 증명했다. 불펜으로 나선 16경기는 평균자책점 6.86을 기록했지만, 선발 첫 등판이던 12일 한화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SK는 이건욱(25)이라는 새 얼굴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1군 등판 기록은 3경기(5이닝)·7실점이 전부다. 5월 28일 두산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서서 5⅓이닝을 1점으로 막아내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후에도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케이시 켈리(LG), 양현종(KIA) 등 좋은 투수들과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제 임무를 다했다. 안도를 줬다.
1위 NC조차 5선발은 고민이다. 당분간 실험이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도 2년 차 우완투수 조영건(21)의 투구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은 투구 수 70개 안팎, 평균 3이닝만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