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있던 지구촌 축구 시계가 하나둘씩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리그를 재개한 유럽 프로축구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중단됐던 일정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AF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부터 중단했던 2020시즌 ACL 일정을 10월 중순부터 중립지역에서 재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20일 보도했다. ACL은 1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2월 조별리그 일정을 치르다가 3월 4일 전면 중단됐다.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며 일정을 손 봐 재개하려는 움직임은 줄곧 있었지만 참가국마다 사정이 달라 쉽게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데일리스포츠는 "AFC가 제시한 일정안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은 오는 10월 16일부터 11월 4일까지 19일 동안 중립 지역에 모여 조별리그 잔여 경기와 16강전을 치른다"며 "16강 이후는 단판 승부로 치러지며 8강전은 11월 25일, 준결승전은 28일 중립 지역에서 진행한 뒤 결승전은 12월 5일 치르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중립 지역으로는 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AFC 본부가 있는 말레이시아도 여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립 지역 경기는 각 국가 간 코로나19 상황 및 대응 지침이 다른 지금 시점에서 고려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다.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은 챔피언스리그 잔여 일정을 중립 지역인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치르기로 확정, 발표한 바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AFC는 지난달 동아시아 참가팀 리그 관계자들과의 회의에서 올해 안에 대회를 마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아직 세부 일정과 관련해 제안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ACL의 재개는 K리그1(1부리그) 파이널 라운드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K리그1에서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ACL 조별리그에 출전 중이다. K리그1 파이널 라운드는 10월 4일 22라운드를 마친 뒤 상·하위 6개 팀씩 스플릿이 나눠진 뒤 치러진다. 리그 우승 및 강등 팀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ACL과 겹칠 경우 일정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FC가 그린 밑그림처럼 중립 지역에서 경기가 치러질 경우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AFC가 바라는 대로 10월 중순 재개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K리그의 경우 무관중 경기 체제로 리그 일정을 무사히 치르고 있지만, 또다른 ACL 참가국인 중국 슈퍼리그는 재개가 요원한 상태다. 일본 J리그의 경우 1부리그 7월 4일, 2부리그 6월 27일 무관중 재개 방침을 세우고 시즌 재개 후 확진자 발생 시에도 골키퍼 1명을 포함해 14명의 선수가 뛸 수 있다면 경기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내부적인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으며, ACL이 계획대로 10월 중순 재개된다면 J리그 일정도 변경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