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에는 다이어트 비상이다. 코로나19로 ‘집콕’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살이 더 찐 데다가 다이어트하기에 난제가 많다. 혼자 하기 쉽지 않은 다이어트는 체육센터 등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체육센터 자체가 폐쇄되거나 가기가 꺼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난히 삐져나온 살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어 식사량을 급격히 줄이거나 과도한 운동으로 살 빼기를 했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다이어트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빨리 효과를 보겠다는 조급증과 욕심을 버리고 꾸준히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집콕에 확 쪘는데…헬스장 등은 겁나고
전업주부 김모씨(50)는 여름을 맞아 얇은 옷을 입으면서 유난히 불어난 체중을 실감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여름 전부터 체육센터에서 러닝 등으로 체중 관리를 했을 텐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운동을 전혀 못 했다. 김씨는 “고등학생, 중학생 두 자녀가 등교를 못 해 매 끼니를 챙기는 등 늘어난 집안일에 꼼짝을 못하면서 그야말로 ‘확찐자’가 됐다”며 “헬스장이나 체육센터 같은 곳에서 운동을 하고 싶지만 코로나19에 걸릴까 봐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헬스장 등 다중이용 운동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중랑구의 한 헬스장에서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헬스장을 방문했지만 운동할 때에는 쓰지 않았다. 이달 4일 첫 확진자가 나온 서울 양천구 탁구장에서는 20일 정오까지 누적 감염자가 70명이나 된다.
운동시설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계속되면서 방역 당국은 운영 자제 권고를 비롯해 8대 고위험시설로 정하고 관리에 들어갔다. 지난 10일부터 줌바·에어로빅·스피닝·태보 등 격렬한 실내 집단 운동시설은 반드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살 빼자고 운동시설을 가기란 쉽지 않다. 직장인 이모(46)씨는 “평소 동네 체육센터에서 수영과 헬스로 꾸준히 체중 관리를 해왔는데, 코로나19 이후 아예 폐쇄돼 못 가고 있다”며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갈 생각이 없다. 올여름에는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담석증·하지정맥류…살 빼다 발병 난다
속살을 숨길 수 없는 여름을 맞아 다이어트 효과를 빠르게 내기 위한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식이요법이다. 그중에서 음식량을 평소보다 크게 줄이는 방법은 단골 벼락치기 다이어트법이다.
하지만 몸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은 담석증에 걸릴 수 있다.
담석증은 간에서 생성된 소화액인 담즙이 담낭(쓸개) 내에서 침착돼 돌처럼 응고되어 염증이나 폐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육류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 습관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담석이 생긴다.
담석증은 비만 여성, 40대 이상 나이, 임신부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요즘은 20~30대 여성에서 증가세를 보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30대 담석증 환자 수가 2015년 2만221명에서 2019년 2만8817명으로 42.5% 증가했다. 이 중 남녀 환자 비율은 4대 6으로 여성 환자가 많다. 2019년 여성 환자는 1만6693명으로 남성 환자보다 4569명이 많았다.
젊은 여성 환자가 느는 이유로는 다이어트를 위한 장기간의 금식이나 과도한 지방 섭취 제한이 꼽힌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담즙은 간에서 생성돼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식사 후에 십이지장으로 배출돼 음식물의 지방 소화를 도와준다”며 “그런데 장기간 금식을 하거나 빠른 체중 감소로 담즙 배출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담낭에서 담즙의 성분이 변하거나 완전히 방출되지 못한 담즙이 남아 돌조각 같은 물질로 단단히 굳어져서 담석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1주일에 1.5kg 이상의 체중 감소는 담석의 위험성을 높인다”고도 했다.
담석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담낭염이나 담낭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담낭절제 수술이 권고된다.
40대 이상의 비만자나 젊은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 중 복통이 반복되거나 명치가 더부룩한 느낌이 들면 복부초음파검사나 CT 촬영 등으로 진단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벼락치기 다이어트 시 조심해야 할 또 다른 질환은 갑작스러운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하지정맥류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내 혈액의 이동을 조절하는 판막에 문제가 생겨 심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다리에 고이면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혈관질환이다.
조 교수는 “보행 등 적당한 운동은 종아리 부위 근육의 수축 운동으로 혈액 순환을 도와주어 하지정맥류 환자에서도 권장한다”며 “하지만 격렬한 운동은 복압을 상승시키거나 다리의 압력을 높여 하지정맥류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한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탈모·탈수·부종이 생기거나, 숨이 차거나, 맥박이 빨라지거나, 저혈압·어지럼증·두통·근육통·무월경(여성) 등의 증상이 있으면 다이어트를 중단해야 한다.
조 교수는 “빈혈, 신경성 식욕 부진 등 섭식 장애가 있는 경우 식이요법 다이어트를 절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고혈압, 당뇨, 심혈관·신장·간·갑상선 질환, 암 등의 기저 질환자는 의사와 상의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3대 적은
그렇다면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은 무엇일까.
명지병원 비만 클리닉의 김홍배 교수(가정의학과)는 소식·영양 균형·운동 3가지를 건강한 다이어트의 기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과식을 피하는 것이 체중을 줄이는 데 필수”라며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이 모자라게 돼 체중 수치뿐 아니라 건강 수준 또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과한 스트레스·불충분한 수면·좌식 생활이 다이어트의 3대 적이라고 했다.
그는 “적당한 수면 시간으로 알려진 7~8시간보다 짧게 자면 배고픔을 느껴 칼로리 섭취를 유도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유발 호르몬 또한 자극해 비만으로 유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긴 수면은 염증을 유발해 체중 증가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서 있거나 천천히 걷는 가벼운 신체 활동을 하루 2시간 좌식 시간으로 바꾸어버리면 하루 2kcal/kg의 에너지가 축적된다”며 “비만 환자에서 하루에 2시간 좌식 시간이 추가되면 하루에 축적되는 열량이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다이어트 실패로 이끄는 첩경이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식이요법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으로 뇌를 속일 것을 권했다. 그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며 “눈앞에 보이는 몸에 안 좋은 음식을 치우거나 피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종류의 음식을 치우기보다는 더 적은 열량을 지닌 식품으로 대신 놓아둔다거나 접시 크기나 음식의 양을 10% 정도로 줄여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체중 감소에 특효가 있다는 각종 식이요법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해보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다고 판단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비만약을 선택할 때에는 자신의 기저 질환과 부작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감신경 작용을 이용한 식욕 억제제는 심혈관질환의 과거력이 있거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뇌의 식욕조절 중추에 작용하는 약물인 삭센다 주사는 갑상선암의 과거력이나 가족력이 있을 때 금기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약물치료를 할 때 약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병행해야 한다”며 “또 대개 비만약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 3개월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