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여름 이적 시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23·베이징 궈안)가 상한가를 달린다. 주요 리그 명문 클럽이 앞다퉈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중에는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도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28)을 앞세워 영입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미러는 “토트넘이 한국인 수비수 김민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축구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손흥민을 연결고리 삼아 협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토트넘이 김민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베테랑 센터백 얀 베르통언(33·벨기에)이 올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전 중앙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31·벨기에)의 파트너를 찾는 게 급선무다. 다빈손 산체스(26·콜롬비아), 에릭 다이어(26·잉글랜드) 등 대체선수가 있지만, 둘 다 기복이 심하다.
김민재는 센터백에게 필요한 장점을 두루 갖췄다. 서정원(50) 전 수원 삼성 감독은 “센터백은 안정적인 수비력에 더해 ▶체격 ▶스피드 ▶볼 컨트롤 ▶투쟁심 ▶리더십 등 장점을 추가할수록 몸값이 뛴다. 김민재는 유럽 선수 못지않은 체격조건(1m90㎝·88㎏)에 빠른 발과 후방 빌드업 능력, 공격 가담 역량까지 갖춘 흔치 않은 수비수다. 올해 23살인데, 이미 월드컵 본선(2018년 러시아)을 경험했다. A매치도 30경기(3골)나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현지의 평가도 비슷하다. 영국 온라인 매체 HITC는 “베르통언의 빈자리를 놓고 고심 중인 조세 모리뉴(57·포르투갈) 토트넘 감독에게 김민재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해리 매과이어(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슷한 유형의 센터백이다. 피지컬이 돋보이고 볼 운반 능력이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소속팀 베이징은 김민재 이적료를 1350만 파운드(203억원)로 책정했다. 스페인 매체 피챠헤스는 “한국판 버질 판 다이크(29·리버풀)로 불리는 김민재는 지난해 소속팀 베이징에서 세드릭 바캄부(29·프랑스), 호나탄 비에라(31·스페인), 헤나투 아우구스투(32·브라질) 등 월드클래스 동료를 제치고 주전으로 뛰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장래가 밝은 선수가 기량보다 저렴한 몸값에 이적시장에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민재 이적료가 높지 않은 건 토트넘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홈구장인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6억3700만 파운드(9700억원)의 큰 빚을 졌다. 이적 시장에서 거액을 베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종 수입도 급감했다.
토트넘이 당면한 문제는 김민재가 저비용 고효율 선수인 만큼 눈독을 들이는 팀이 많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김민재에 관심을 보이는 클럽은 토트넘 외에도 에버턴, 사우샘프턴, 왓포드, 아스널(이상 잉글랜드), 라치오(이탈리아),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라이프치히(독일), 포르투(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 리그 9개 팀이다.
토트넘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은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겸 에이스 손흥민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손흥민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설 경우 김민재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재로서도 소속팀에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면 낯선 무대에 한결 빨리 적응할 수 있다. 토트넘이 과거 이영표가 몸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점도 플러스 요소라는 평가다.
서정원 전 감독은 “김민재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강팀의 수준 높은 공격수를 상대하며 국제무대 검증을 마쳤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도 해결했다. 유럽 진출을 통해 월드 클래스 수비수로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