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는 "이제 조금씩 문을 열어도 되는 시기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무관중 경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각 구단의 재정난도 더 악화되고 있어서다. 반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야구계의 요청에 아직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해수욕장과 워터파크, 영화관 등 다른 대중 밀집 시설의 영업은 허용하면서도 유독 스포츠 시설에만 강력한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새 시즌을 시작한 구단들은 지난 21일까지 적게는 40경기, 많게는 42경기씩을 치렀다. 한 시즌의 30%에 육박하는 일정이다. 당초 KBO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지난달 말, 일부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발표 직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세로 돌아서자 모든 논의는 멈췄고, KBO도 다시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매일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를 체크하면서 이제나 저제나 시기를 살피고 있다.
10개 구단은 KBO 리그 개막일을 확정하면서 선수단과 관중의 안전을 위해 무관중 경기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모았다. 그러나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는 날이 많아지면서 각 구단의 마케팅과 수익 창출에 연이어 빨간불이 켜졌다. 구단 1년 수입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입장 수익을 전혀 벌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일부 구단은 모기업의 재정 상태까지 좋지 않아 지원금을 바라기도 힘든 현실이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관중 없는 경기를 한 경기 치르면, (예년보다) 관중 수입과 광고료 등을 합쳐 구단 수익이 4억원 가량 줄어드는 셈"이라며 "올 시즌의 재정 상태도 문제지만, 내년과 내후년 구단 운영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KBO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일단 보건 전문가 자문을 구해 "프로야구는 바람이 잘 통하는 야외에서 열리기 때문에 신규 감염자 추세가 50명 이하로 수 일간 이어진다면 관중 입장을 허용해도 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아 놓았다. 관중석 4분의 1만 유료 관중으로 채울 수 있어도 구단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와서다. KBO 관계자는 "단순히 KBO와 구단들만 수익을 올리자는 게 아니다. 무관중 기간이 길어지면 구단은 물론, 구장 내 입점한 매장과 주변 상권, 구단 용품 판매처 등등 야구계를 둘러 싼 경제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이미 관중 입장시 상황 대응을 위한 매뉴얼도 확립해 놓았다. 일단 출입구 실내에 비치된 열 화상 카메라와 비 접촉 체온계로 발열 검사를 한 뒤 체온이 섭씨 37.5도 이하인 관객만 입장할 수 있고, 입장 게이트에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리지 않도록 현장 진행요원이 배치된다. 이를 위해 게이트 오픈 시간도 다른 시즌보다 30분에서 1시간 가량 앞당길 예정이다.
또 확진자 발생 시 주변에 앉았던 다른 관중까지 특정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지정석 관람객에게는 경기 입장권을 보관하도록 권고하고, 자유석 관람객에게도 자신이 앉았던 좌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기록해 놓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점점 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은 동선 체크를 위해 정해진 부스에서 전원 문진표를 작성하는 게 의무다.
마스크 착용 역시 반복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할 참이다. 경기 내내 안내 요원이 수시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한편 7~8분 간격으로 경기장 내 마스크 착용을 유도하는 안내방송과 홍보영상을 내보내게 된다. 이닝 교대시에는 응원단장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수칙을 수시로 권장할 예정이다. 화장실과 매점 같은 개방 공간은 매 시간 별 점검하고, 의료진도 평상시 대비 추가로 배치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야구팬의 즐거움인 '응원가 부르기'나 '육성 응원'도 당분간은 자제 권고령이 떨어진다. 비말 감염과 접촉 감염의 위험을 고려해 크게 노래를 부르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응원법은 금지하도록 각 구장에 전달할 계획이다. 주류 판매 창구 역시 최소화되고, 컵에 따라 마시는 맥주 판매원도 한동안은 볼 수 없다.
KBO는 준비를 마쳤다. 구단들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워터파크와 영화관에서 많은 시민들이 취미를 즐기기 시작했듯, 야구팬들 역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선에서 직접 좋아하는 팀을 지켜 보고 응원할 자격이 있다. 이제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결정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