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골 맛 좀 보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10호 골은 비디오 판독(VAR)에 의해 취소됐다. 그래도 손흥민(28)은 여전히 토트넘의 에이스였다.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웨스트햄과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경기 막판 해리 케인의 추가 골을 도왔다. 상대 자책골로 앞서 나가던 토트넘은 케인의 추가 골을 더해 2-0 승리를 거뒀고, 손흥민은 시즌 8호 도움에 성공했다. 리그가 중단되기 전, 2월 16일 열린 애스턴 빌라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지 129일 만에 나온 손흥민의 공격 포인트였다.
리그 재개 후 첫 경기였던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골 맛은 보지 못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손흥민을 그리워했던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예열을 마친 손흥민은 이날 웨스트햄전에서 0-0이던 전반 45분 지오바니 로셀소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그대로 손흥민의 시즌 10호 골이 되는 듯 싶었지만 VAR 결과 약 10cm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취소됐다. 손흥민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활약이 그걸로 끝난 건 아니었다. 1-0 한 골차 리드를 이어가던 후반 37분 역습 상황, 손흥민은 문전으로 쇄도하던 케인에게 패스를 뿌렸고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은 케인은 침착한 슈팅으로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의 가장 큰 무기였던 손흥민과 케인이 오랜만에 골을 합작한 순간이었다.
토트넘으로선 이번 승리가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일단 손흥민-케인 조합의 건재함을 확인했고, 손흥민의 에이스 본능도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손흥민이 복귀 후 처음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팀의 무승을 끊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애스턴 빌라전에서 부상으로 빠진 뒤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6경기 1무 5패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모두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리그 순위도 끌어 올리지 못했다. 당장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도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토트넘의 주포는 케인이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손흥민의 존재감이 크다. 손흥민은 현재 케인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에 올라있고 도움은 1위다. 볼 키핑과 안정적인 배급, 날카로운 패스를 곁들여 팀의 경기력을 끌어 올리고 있다. 남은 7경기에서 1골 2도움을 더 기록할 경우 10(골)-10(도움)도 충분히 가능하다. 토트넘 팬들 역시 '손흥민이 10-10을 달성하면 2년 연속 토트넘 올해의 선수는 따놓은 당상일 것'이라며 그의 활약을 누구보다 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