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 4년 차 멜 로하스 주니어(30·KT 위즈)는 현재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롱런을 한다는 건 기량이 꾸준하다는 얘기다. 올해도 기세가 무섭다.
로하스는 지난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9회 솔로포를 날렸다. 시즌 17호 홈런이다. 어느새 홈런왕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2위 나성범(NC 다이노스)과 로베르토 라모스(LG 트윈스·이상 13개)에 4개 차로 앞서간다. 타율 0.370(4위), 45타점(1위), 40득점(1위), 장타율 0.714(1위)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팀은 8위로 하위권으로 처져있지만, 로하스만큼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특히 스위치 홈런 타자로 맹활약 중이다. 로하스는 지난달 23일 서울 잠실 LG전에서 좌완 차우찬을 상대로 우타석에서 홈런을 때렸다. 이어 우완 송은범을 상대로는 좌타석에서 홈런을 쏘아올렸다. 한 경기의 좌우 타석에서 모두 홈런을 터뜨린 것은 KBO리그 역대 8호다. 로하스가 원하는 기록은 홈런왕도, 타점왕도, 아니다. 그는 "한 경기의 좌우타석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타자는 한국에서 뛰면 뛸수록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 투수에게 타격 스타일을 간파당하기 때문이다. KBO리그 4년 차인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은 2년 차였던 2018년 타율 0.316·43타점·107타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 타율은 0.262다. 2018년 KBO리그 무대에 온 제라드 호잉(한화)은 타율 0.306·30홈런·110타점으로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타율 0.194·4홈런·14타점으로 부진해 결국 교체됐다.
그런데 로하스는 2017년 대체 외인으로 KT에 합류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과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다. 올해는 가장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날씨가 다소 쌀쌀한 시즌 초반 헤맸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막이 따뜻한 5월에 이뤄지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게 됐다. 그는 "날씨가 추우면 방망이를 잡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늦게 개막한 덕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하스는 야구 금수저 출신이다. 아버지인 멜 로하스 시니어가 메이저리그 투수였다. 1996년에는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의 마무리 투수로서 36세이브를 거뒀다. 그런 아버지의 뒤를 따라 2018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고도 했다. 그해 KT 선수 최초로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팀 성적이 저조해서인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해 KBO리그에 아쉬운 마음도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하스는 고민 끝에 한국에 남았고 역대 최고 외인 타자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