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칼, 한 손엔 방패를 든 돌격대장 같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30)이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두산은 7일 열린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9-6으로 이겼다. 2연승이다. 공격의 첨병은 1번 타자 허경민이었다. 허경민은 1회와 5회, 8회에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후속타 때 홈을 밟았다. 4타수 3안타 3득점 1볼넷. 허경민의 안타는 곧 득점이었다.
이틀 전 5일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는 더 대단했다. 5타수 5안타 2타점. 치는 족족 안타였고, 그중 하나는 결승타였다. 7-4 승리. 5안타는 허경민의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 타이다. 2018년 6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6타수 5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5타수 5안타를 처음이다. 허경민은 "초·중·고교 시절에 5타수 5안타는 없었다"며 미소 지었다.
개막 2주간 2할대 중반이었던 허경민의 시즌 타율은 어느새 0.359(7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팀 내에서 허경민보다 타율이 높은 선수는 타격 1위 호세 페르난데스(0.382)뿐이다.
공격만이 아니다. 3루수가 주 포지션인 허경민은 김재호가 부상으로 빠진 최근 4경기에 유격수로 나섰다. 프로에선 거의 3루만 맡았는데도 빈틈이 없었다. 연습경기 때도 이미 실험을 했지만, 너무나 깔끔했다. 허경민은 "10년 만에 (주전 유격수 자리에 연속으로) 서서 좀 어색했다. 재호 형이 돌아와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허경민을 칭찬했다. 허경민은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아 2015, 19년 프리미어12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국가대표에 뽑혔다.
지난달 초에는 오른손 손가락을 다쳐 3주간 결장했다. 허경민은 "스윙은 못 해도 방망이를 잡고 있었다. (서두르다 보니) 복귀가 늦어진 것도 같다"며 머쓱해 했다. 그런 간절함 때문일까. 돌아오자마자 연일 맹타다.
올 시즌이 끝난 뒤 허경민은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아직 젊어 'A급'으로 분류된다. 장타력 부족이 유일한 흠이지만, 이마저도 극복할 기세다. 지난해 홈런 4개였던 허경민은 올 시즌 벌써 그만큼 쳤다. 개인 최다(10홈런)였던 2018년을 거뜬히 넘어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