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축하 물세례받는 박현경. KLPGA 제공 13일 부산 기장군 스톤게이트 컨트리클럽. 올해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설 대회인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 연장 플레이오프가 빗속에서 펼쳐졌다. 2000년생 동갑내기가 치른 승부에서 박현경이 웃었다.
박현경과 임희정은 전날까지 2라운드 합계 13언더파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아침부터 내린 폭우로 3라운드가 취소되면서 연장전을 치렀고, 3차 연장 끝에 박현경이 대회 초대 챔피언이 됐다. 지난 5월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2승을 달성한 박현경은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았다.
둘은 조아연(20)과 함께 국내 여자 골프 ‘2000년생 트로이카’로 불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경쟁했고, 중·고교 땐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다. 프로에선 임희정이 한 발 앞섰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해서 3승을 거둔 임희정과 신인왕을 차지했던 조아연을 보며 박현경은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시즌 국내 개막전이었던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임희정과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해 첫 우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또 승리했다.
연장 플레이오프는 3홀(16·17·18번 홀)을 연달아 치러 합산 스코어로 먼저 승부를 가린 뒤, 여기서도 동률을 이루면 18번 홀(파4)에서 승부가 끝날 때까지 치르는 서든데스 방식으로 열렸다.
우승을 놓고 겨룬 임희정(왼쪽)과 박현경. KLPGA 제공 동갑내기의 경쟁은 치열했다. 16·17번 홀을 나란히 파로 마쳤고, 18번 홀에서도 똑같이 긴 거리 버디 퍼팅이 홀 앞에 서면서 파로 마무리했다. 서든데스 첫 홀에서는 박현경이 먼저 5m 버디를 넣어 임희정을 압박했다. 임희정도 침착하게 4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했다.
승부는 서든데스 두 번째 홀, 3차 연장 아이언 샷에서 갈렸다. 박현경은 두 번째 샷을 홀에서 1m도 안 되는 곳에 멈춰 세웠다. 반면 임희정의 두 번째 샷은 홀보다 10m 이상 멀리 나갔다. 임희정이 2퍼팅, 파로 마무리하면서 먼저 홀아웃했다. 박현경은 버디 퍼팅을 침착하게 넣었다.
경기 마친후 포옹하는 박현경과 임희정 .KLPGA 제공 둘은 환하게 웃으며 포옹했다. 박현경은 “투어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희정이인데, 솔직히 좀 미안했다. 그래도 희정이가 축하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희정이한테도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생 트로이카 중 가장 늦게 프로 첫 승을 거뒀던 박현경은 올 시즌 여세를 몰아 KLPGA 투어 선수 중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시즌 총상금 랭킹에서도 1위(4억5075만7500원)로 올라섰다.
박현경은 전날 국내 남자 골프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에서 프로 최연소 우승에 성공한 김주형(18)의 응원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박현경과 김주형은 같은 스윙 코치(이시우 프로)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프로골퍼 출신인 아버지 박세수 씨가 캐디백을 메 든든한 지원을 받는 박현경은 “아버지는 내게 큰 힘이 돼 주신다. 난 아버지와 호흡이 잘 맞을 때 성적이 좋다. 2승을 했으니 당분간 아버지와 함께할 것 같다. 내 이름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알게 하는 게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KLPGA 투어 신설 대회로 열린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은 빗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첫 대회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총상금 규모 10억원에 이르는 메이저급 대회로 도약했다. KLPGA 투어 일반대회 평균 상금인 7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