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 N3 게임사와 중국 게임사가 휘젓는 게임 시장에서 중견 게임사들이 오랜만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웹젠과 그라비티가 그 주인공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및 인기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기지개를 활짝 켰다. 장기 흥행과 신작 라인업 확대 등이 이어진다면 올해 하반기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니지M 형제' 다음이 '뮤 아크엔젤'…웹젠, 장기 흥행 기대감↑
PC 온라인 게임 ‘뮤’ 개발사로 유명한 웹젠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5월 27일 출시한 모바일 게임 ‘뮤 아크엔젤’이 장기 흥행 조짐을 보인다.
뮤 아크엔젤은 출시 일주일 만인 지난 6월 3일 구글 앱마켓에서 매출 순위 3위에 오른 이후 한 달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1·2위를 독주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 다음으로 높은 자리를 차지해 주목된다. 게임사들이 ‘리니지M 형제’는 넘기 힘든 상대로 보고 3위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뮤 아크엔젤은 중국 게임들의 공세도 막아내고 있다. 유주게임즈코리아의 ‘그랑삼국’, 4399코리아의 ‘기적의 검’, 릴리스게임즈의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AFK 아레나’ 등의 추격을 따돌리고 톱3를 지키고 있다.
원작 ‘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여러 모바일 게임 중 뮤 아크엔젤이 흥행가도를 달리는 이유로는 원작에 가장 가깝다는 점이 꼽힌다. 뮤 아크엔젤은 '블러드캐슬' '악마의 광장' 등 핵심 콘텐트는 물론, 캐릭터 성장 곡선과 아이템 획득 방식 등 전반적인 게임 디자인이 원작과 비슷하게 설계됐다.
최상위 아이템 ‘대천사 무기’를 획득할 수 있는 대규모 ‘공성전’과 신규 캐릭터 ‘여성 흑마법사’ 등의 콘텐트와 결제한 만큼 게임에서 혜택을 받는 '배틀패스형' 과금 모델이 유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화 실패 시 장비 파괴나 가챠 시스템 등 모바일 게임 특유의 확률형 콘텐트는 줄이고, 아이템을 수집해 캐릭터를 육성하는 파밍 콘텐트는 풍부하게 제공한 점도 유저들에게 어필했다.
웹젠은 지난 6월 18일 첫 번째 업데이트에 이어 이달 9일 두 번째 업데이트를 진행해 즐길 거리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유저 이탈을 막고 장기 흥행 체제를 갖춰가고 있는 것이다.
뮤 아크엔젤의 대박은 웹젠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웹젠은 2015년 모바일 MMORPG인 ‘뮤 오리진’의 성공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렸으나 이후 ‘뮤 오리진2’ 외의 신작들이 큰 힘을 쓰지 못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하지만 뮤 아크엔젤이 성공하며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주가도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올해 들어 최저가를 기록한 지난 3월 19일 8510원이던 주가는 뮤 아크엔젤 출시일인 5월 27일 1만9300원(종가)으로 2배 이상 올랐고, 10일에는 3배 이상 뛴 2만9000원에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실제 실적도 기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20~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웹젠은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인 신작 모바일 MMORPG 'R2M'까지 성공시킨다면 모바일 시장에서 강자의 자리를 굳힐 수 있다. R2M은 14년간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는 PC MMORPG 'R2'를 모바일화한 웹젠의 차기 기대작이다.
상승세 탄 그라비티 '라그 오리진'…라그M 잇나
그라비티도 선전하고 있는 중견 게임사다.
신작 모바일 게임 ‘라그나로크 오리진’이 지난 7일 출시 직후 구글·애플 양대 앱마켓에서 인기 게임 1위에 올랐다. 11일에는 구글 매출 순위 10위를 기록하고, 12일 4계단 상승한 6위, 13일 2계단 다시 오른 4위에 랭크됐다.
그라비티 게임이 구글 매출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2018년 3월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3위) 이후 처음이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18년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PC 게임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정통성을 계승한 모바일 MMORPG다. 그동안 출시된 ‘라그나로크’ IP 게임 중 가장 라그나로크스러우면서도 게임성 및 그래픽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 특징이다.
그라비티는 자사의 MMORPG 개발 노하우가 집약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흥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사전 예약자가 지난 3일 133만명을 넘어섰고, 5일에는 146만명을 돌파하며 150만명에 육박했다. 출시 직후에는 유저들이 몰리면서 신규 서버를 추가하고 기존 서버 수용 인원을 늘렸다.
그라비티는 성인 남성 유저를 공략하는 데 공을 들였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아이템 거래소를 운영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18금’ 게임이다. 이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남성 잡지 ‘맥심’에 라그나로크 온라인 캐릭터를 표지 모델로 실었다. 이는 게임 업계 최초로, 성인 남성을 잡겠다는 그라비티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인데, 전혀 관계없는 선정성 마케팅으로 유저를 유인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그런데도 초반 인기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여 라그나로크M의 역대 최고 성적(구글 매출 3위)를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그라니티는 라그나로크M 흥행에 힘입어 매출이 2017년 1416억원에서 2018년 2867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는 3610억원을 기록하며 그라비티 상장 이래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관건은 안정적인 서비스다. 여러 라그나로크 IP 게임들이 출시 초반 주목받는 데 성공했지만 서버 불안 등 서비스 운영 문제로 유저들이 이탈하며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일태 그라비티 팀장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모니터링하며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