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도(연상호 감독)'는 캐릭터 맛집이라 불릴 정도로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서사와 존재감을 뽐낸다. 좋은 설정은 모조리 쏟아부은 주인공들은 당연히 빛날 수 밖에 없지만 흐름을 담당하는 신스틸러들의 활약도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특히 돌아온 생존자를 대표하는 '숨바꼭질 좀비런'의 피해자 구철민(김도윤)과 살아남은 괴물들을 대표하는 631부대 하사관 황 중사(김민재)는 실제 캐릭터처럼 미쳐버리고 돌아버린 연기력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황 중사 김민재는 '부산행'의 김의성과 비견될 정도로 '반도'의 전쟁을 이끄는 주요 인물. 국가기능을 상실한 반도에서 더 이상 지킬 것이 없어진 631부대의 실질적 리더 황 중사는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야만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시종일관 긴장감을 높인다.
황 중사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생존자의 이미지의 최전선에서 좀비와 생존자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들개들을 무참히 사냥한다. 좀비와 들개들을 한 공간에 가둬놓고 '숨바꼭질' 생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 '반도'의 욕받이가 될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캐릭터다.
연상호 감독은 황 중사에 대해 "반도에 가장 잘 적응하며 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상사 서 대위(구교환)와의 기싸움, 장난감처럼 좀비를 길들이며 갖고 노는 황 중사 캐릭터를 김민재는 '김민재 스타일'로 내공있게 소화해냈다. 비호감 비주얼조차 황 중사 캐릭터에는 플러스 만점이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민재는 특별한 편집없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신이 영화에 담겼다고. 이는 캐릭터의 필요성이 발휘된 결정이겠지만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김민재의 열연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는 드라마 '열혈사제' '국민 여러분!' '방법'부터 영화 '베테랑' '더 킹' '군함도' '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대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반도'는 배우 김민재가 다시 한번 돋보이고 회자될 대표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