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를 인수했다. 업계는 쿠팡이 글로벌 전자상거래 1위 아마존처럼 OTT 서비스와 이커머스를 결합한 형태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번에 인수한 OTT 기업 역시 단기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쿠팡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쿠팡이 훅의 자산 취득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적으로 자산 인수가 공개되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훅 운영사 '훅 디지털'의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훅은 2015년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과 소니픽처스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설립한 OTT 업체다. 서비스 지역은 싱가포르∙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 3월 파산 신청을 했다. 서비스도 중단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720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조1279억원이던 2018년보다 4000억원 이상 손실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2014년부터 누적된 적자가 3조7210억원에 달한다. 쿠팡은 국내 곳곳에 물류센터를 세우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로켓배송'을 하면서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시설∙설비 증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국내 시장의 한계 때문에 천문학적인 적자를 메우기가 쉽지 않다.
OTT 사업은 쿠팡의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메인 화면 갈무리 쿠팡이 '롤모델'로 삼은 아마존은 OTT 사업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사업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업 니드햄의 애널리스트 루러 마틴 연구원은 지난달 아마존의 주가 우상향과 매수 의견을 내놓으면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트 사업이 추가적 가치 창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아마존은 2017년 미국 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NFL(미식축구리그)과 2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갱신 계약을 맺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이미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고 콘텐트 계약에 열중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아마존은 광고 기반 스트리밍 콘텐트를 통해 광고 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루러 마틴은 "아마존은 단순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니다. 이제는 서비스 사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아마존 서비스 부분의 영업 이익률은 19%에 달할 것이며 전자상거래 부분을 대폭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18년 12월 기준 가입자가 1억1000만명을 넘겼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공하는 서비스 10개 가운데 쇼핑과 물류 서비스는 3가지에 불과하다. 나머지 7개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쇼핑 외 콘텐트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쇼핑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트를 연계하면서 커머스와 콘텐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디즈니월드의 OTT 사업인 '디즈니플러스'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미국 아마존 주식을 꾸준히 매수 중이라는 국내의 한 투자자는 "넷플릭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OTT 사업에 뛰어든 미국 내 기업이 많다. AT&T 외에도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모든 플랫폼을 확인했는데 디즈니플러스는 콘텐트가 마블과 애니메이션에 집중됐고, AT&T는 이용료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콘텐트나 이용료, 향후 성장성을 고려할 때 아마존 프라임이 가장 나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코로나19와 함께 1분기 비디오 시청자 수를 약 두 배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쿠팡이 인수한 훅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쿠팡이 인수한 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훅은 서비스를 중단했고, 동영상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한 라이브 커머스 역량도 갖고 있지 않다고 알려졌다.
앞서 쿠팡은 신사업 부문 대표로 박대준 사장을 선임했다. 훅 사업도 박 사장이 주도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인수나 기업 계획에 따른 사안은 따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