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륜이 휴장한 지 벌써 5개월여가 다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륜 재개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은 하루빨리 재개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재개장 후 발생할 수 있는 벨로드롬 판세를 분석했다.
정종진은 2015년 첫 대상경주를 접수한 이후 경륜의 각종 기록(최다연승, 상금, 그랑프리 4연패)을 모두 갈아치운 명실상부한 ‘경륜 지존’이다. 정종진은 쉼 없는 노력과 혹독한 자기관리, 여기에 큰 경기에 최적화된 각질, 전법 등을 통해 경륜의 새 역사를 썼다.
하지만 그랑프리 대상경륜 4연패만큼은 달라진 대진 방식과 더불어 수적 우세로 이어진 수도권 라인의 반사이익도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동서울 팀과 뭉친 정종진의 연대는 그만큼 라인이 길고 강했으며 조직력 또한 흠잡을 데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철옹성과도 같은 이들과 경쟁한 반 수도권 경남 연대는 무기력함이 더해져 원치 않은 들러리가 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적어도 올해는 달랐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정하늘,신은섭,정해민으로 대표되는 동서울 팀은 그동안 같은 수도권 팀이란 미명하에 정종진과의 정면 승부를 억제해왔던 편이다. 하지만 작년 그랑프리 대상경륜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소 절반 이상은 정면 승부 양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전 경기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경륜 역사상 최고의 신인으로 꼽히는 임채빈은 정종진과 비견될 만큼 괴물과 같은 재능을 가졌다. 정종진이 비교적 무명에 가까웠던 대기만성형이라면 25기로 입문한 임채빈은 사이클계의 귀족이자 성골인 셈이다. 이런 명성을 뒷받침하듯 임채빈은 사상 첫 경륜훈련원 조기 졸업에 단 8경기만 뛰고 특선급 월반에도 성공했다.
만약 라인전이 없는 1대1 대결이라면 최소 각력 면에서 평가한다면 누구의 손도 쉽게 들어 올리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임채빈의 경기력은 앞으로 점점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고 나이 또한 91년생으로 정종진보다 4살 어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데뷔 후 ‘무리하지 않고 서서히 인지도를 쌓아가겠다’고 밝힌 황인혁은 친구인 정종진에 버금가는 지구력을 가졌다. 이제 발톱을 드러낼 시점에 왔다. 또 온갖 궂은일을 다 겪으며 단련된 성낙송은 직선 승부에 있어 역시 자타 공인 최고의 선수다. 라인전이나 전개가 혼란스러울 때 전광석화와 같은 반전을 늘 기대해볼 만하다.
이 밖에 테크니션 박용범이 오랜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정하늘정해민 등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며 정점을 찍고 있다. 이제 ‘정종진 시대’에서 벨로드롬의 새로운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박창현 경륜전문가는 “개인 간 다툼이 퍼지면 지역, 세력 다툼 또한 다른 구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주변 상황으로 볼 때 정종진의 시대가 올 시즌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