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FC서울 시절 기성용의 모습. IS포토 기성용(전 레알 마요르카)이 진통 끝에 친정 팀 FC 서울로 돌아온다.
서울 관계자는 19일 "기성용과 계약에 있어 상당히 근접 했다. 계약이라는 게 큰 부분과 세부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큰 부분에서 합의에 이른 게 맞다. 아직 세부적인 것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종적인 조율을 남겨놓은 상태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아직 100% 합의를 이룬 게 아니다. 최종 합의를 도출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마지막 간격을 좁히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양측 모두 알고 있는 부분이다. 빠른 시간 안에 합의를 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K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은 오는 22일이다. 서울 구단은 이날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일 메디컬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계약 절차를 마무리하고 기성용 입단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 역시 18일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1(1부리그) 12라운드 종료 뒤 "기성용 선수에 대해서는 구단과 잘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월 3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한 기성용은 서울 복귀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이는 K리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친정 팀에 대한 애정으로 서울 복귀를 바랐으나 서울은 소극적인 자세와 차가운 반응으로 일관했다는 게 당시 협상 분위기였다. 결국 상처만 받은 채 협상은 결렬됐다. 기성용은 "서울이 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많은 팀과 협상을 해봤다. 나를 정말 원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서울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서울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야기를 했다. 최종적으로 코치진과 상의한 뒤 (구단 측에서) 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가 왔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기성용은 서울이 아닌 전북 현대와도 협상을 진행했으나 기성용이 서울 외 다른 K리그 팀으로 이적할 시 발생하는 위약금(약 26억원 추정) 문제가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파장이 일었다. 결국 전북과 협상도 결렬됐다. 기성용은 "전북과 잘 해보려 했는데 이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K리그 복귀에 실패한 기성용은 2월 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요르카로 향했다.
이렇게 이별한 기성용과 서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는 듯 했지만 둘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기성용이 마요르카와 계약을 종료하자 서울과 협상 테이블이 차려졌다. 서울의 자세가 바뀌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은 간판 스타였던 기성용을 사실상 내친 이유로 서울 팬들과 K리그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에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또 적극적인 자세로 기성용을 만났고, 이에 기성용 역시 다시 마음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과 서울의 마음이 최종 합의로 이뤄진다면 2009년 셀틱(스코틀랜드)로 이적한 뒤 11년 만에 서울로 컴백하는 것이다. 서울로서도 K리그 전체적으로도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는 슈퍼스타의 귀환이다.
그는 한국 축구 '살아있는 전설' 중 한명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에서 뛰며 한국 축구의 '미래'로 통했다. 17세였던 2006년에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지만 18세인 2007년 22경기를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19세인 2008년에는 27경기, 4골2도움을 올리며 서울의 주축이 됐다. 그리고 20세였던 2009년에는 31경기 출전, 4골10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최고 미드필더 중 하나로 성장했다. 2009년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를 밟았고,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그리고 뉴캐슬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00경기 이상 뛰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오랜 기간 유럽에서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인 대표적인 선수로도 꼽힌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전설이었다. 2008년 19세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10여년 동안 3번의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를 거치며 한국 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다. 대표팀 '캡틴'으로도 활약했다. A매치 총 110경기에 출전하며 센추리클럽에도 가입했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도 기성용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기성용이 K리그로 돌아온다는 것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선수로서의 경쟁력을 넘어 스타 가뭄에 목말랐던 K리그 팬들에게 오아시스같은 역할도 해낼 수 있다. 기성용으로 인한 K리그 팬들의 관심 증가는 분명 K리그 전체 흥행에 기여를 할 수 있다. 올 시즌 초 또 한 명의 전설이자 기성용의 절친인 이청용이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었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K리그 파급 효과는 컸다. 여기에 기성용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K리그는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다.
서울로서도 분위기를 반전시키 수 있는 핵심 카드다. 서울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1무2패)를 기록하며 K리그1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용의 존재감과 경쟁력은 서울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서울 시절 함께 몸담으며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던 박주영과의 시너지 효과에도 기대감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