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FC서울전 팀의 세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는 팔라시오스와 김기동 포항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펄펄 끓는 용광로의 열기가 뜨겁다. 당분간 쉽게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항 스틸러스가 화끈한 '용광로 축구'로 순위표 상단을 지키고 있다. 포항은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2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를 달린 포항은 7승2무3패(승점23점)가 돼, 양강 체제를 굳게 지키고 있는 '현대가' 울산·전북, 그 뒤를 쫓고 있는 상주 상무(승점24)에 이어 4위를 지켰다.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여러 스토리를 써내려 가며 극적인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했던 포항은 이번 시즌 한층 더 매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전부터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에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이목을 집중시킨 포항은 12라운드까지 오는 동안 한 번도 6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 없이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지금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목표 달성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멀티골을 터뜨린 일류첸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포항의 중심에는 '1588'로 주목 받은 외국인 4인방이 있다. 이들의 활약은 서울전에서도 변함 없이 빛났는데, 이날 포항이 기록한 3골을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반 서울에 선제골을 내주고 0-1로 끌려가던 후반 6분, 팔라시오스의 패스를 받은 일류첸코가 동점골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후반 16분 역전골도 이 둘이 합작했다. 팔라시오스가 유상훈에게 파울을 당해 얻어낸 페널티킥을 키커로 나선 일류첸코가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2-1 역전에 성공했다.
한 골차 리드 상황에서 김기동 감독은 7라운드 전북전 이후 부상으로 한동안 뛰지 못했던 1588의 마지막 퍼즐 팔로세비치를 오랜만에 투입시켰다. 일류첸코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팔로세비치는 변함없는 테크닉과 활동량을 선보였고, 후반 추가시간 상대 수비수를 제치는 완벽한 턴과 함께 팔라시오스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해줬다. 팔로세비치의 패스를 받은 팔라시오스는 승리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뜨리며 시즌 3호골을 신고했다. 골을 성공시키기 전까지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던 팔라시오스이기에, 선수 개인에게도 팀에도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골이었다.
스피드와 돌파력, 기술과 결정력을 골고루 갖춘 '포항 2년차' 일류첸코-팔로세비치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지만 왕성한 활동량으로 끝내 골을 만들어낸 팔라시오스나, 풀타임을 소화하며 중원부터 뒷공간을 지켜낸 오닐의 활약까지 '1588' 외국인 4인방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이들의 활약을 지켜본 한 축구계 관계자는 농담 섞어 "외국인 선수 농사는 한 명만 잘 지어도 성공인데 포항은 네 명이 다 좋다. 부러운 일"이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영플레이어상' 후보 1순위로 떠오른 송민규나 심동운 등 국내 자원들도 호시탐탐 골문을 노리고 있다. 최다 득점 리그 2위(12경기 25골)를 자랑하는 포항의 '용광로 축구'는 당분간 식는 일 없이 펄펄 끓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