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2020시즌 메이저리그 문이 열린다. 당초 3월 27일(한국시각) 개막 예정이던 메이저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넉 달 늦은 오는 24일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팀당 162경기가 아닌 60경기를 소화하는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12월 계약 기간 4년, 총액 8000만 달러(958억원)를 받는 조건에 토론토와 계약했다. 계약부터 에이스로 평가받았고 25일 열리는 탬파베이와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받았다. 올해 개막전에서 승리를 따낼 경우 코리안 메이저리거 사상 첫 2년 연속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작년에 지친 어깨나 몸 상태를 고려하면 연봉이야 손해를 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지각 개막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도 "(개막이 미뤄지면서) 류현진은 긴 시간 쉬었다. 도움이 됐을 거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2019년 무려 182⅔이닝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 5이닝을 더하면 190이닝에 육박한다.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첫 규정이닝에 진입했다. 개막이 미뤄지면서 휴식과 훈련을 병행,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다.
다만 송재우 위원은 "정규시즌 두 달 동안 홈이 아닌 홈을 쓰게 됐다. 이 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조금 그럴 수 있다. 홈구장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코로나19를 사유로 토론토의 홈구장(로저스센터) 사용을 불허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팀 상황이 코로나19 전파로 연결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토론토는 개막 사흘 전까지 홈구장을 결정하지 못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다른 곳을 확정하더라도 사실상 홈 구장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리그도 바뀌었다. 토론토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강타자가 즐비하다. '전통의 강호' 뉴욕 양키스, 보스턴이 포진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때부터 몸담았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보다 더 까다롭다. 허구연 위원은 "타격이 좋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빅리그 첫 시즌을 앞둔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보직은 불펜이다. 스프링캠프와 서머캠프에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선발 진입 경쟁을 펼쳤다. 준수한 성적으로 선발 가능성을 높였지만, 최종적으로 마이크 실트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역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데릭 굴드 기자는 21일 자신의 SNS에 김광현의 불펜행 소식을 전하며 마무리 투수로 기용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인트루이스는 개막을 앞두고 불펜에 비상이 걸렸다. 마무리 투수 조던 힉스가 건강을 사유로 이번 시즌 불참을 선언해 공백이 생겼다. 송재우 위원은 "당뇨병이 있는 힉스가 면역에 더 취약해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시즌을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데뷔한 라이언 헬슬리와 앤드류 밀러를 중심으로 불펜이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광현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한 뒤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 미국 내 훈련이 어려워져 구단 허락하에 잠시 귀국했던 최지만(탬파베이)과 달랐다. 당시 김광현 측 관계자는 "국내 귀국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신인답게 시즌을 잘 준비할 거다"고 말했다. 자칫 귀국 후 하늘길이 막혀 팀 합류가 지체될 경우 입지에 영향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계속 팀에 남았다.
허구연 위원은 "팀 내 평가가 굉장히 좋더라. 구단 내부적으로 굉장히 고마워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광현이 정도의 슬라이더나 제구, 경험이면 처음엔 선발이 아닐지 몰라도 결국 잘해낼 거라고 본다. 지난해 미국 진출을 위해 전력투구를 많이 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다. 휴식 후 60경기밖에 하지 않는 걸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타자 중에선 추신수(38·텍사스)와 최지만(29·탬파베이)이 개막전을 나선다. 추신수는 이번 시즌이 끝난 뒤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다. 2013년 12월 텍사스와 한 7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송재우 위원은 "추신수는 트레이드 얘기가 현지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재계약이나 트레이드 모두 팀 성적과 맞물려서 진행될 것 같다"며 "60경기로 진행되는 시즌이라 초반에 치고 나가는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작년 60경기 기준으로 보면 텍사스도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주목할 팀 중 하나다"고 했다.
텍사스는 오프시즌 베테랑 투수를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했다. 신축구장인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치르는 첫 시즌이라 기대도 높다. 팀 내 베테랑인 추신수의 어깨가 무겁다. 허구연 위원은 "스즈키 이치로나 다나카 마사히로처럼 아시아 출신으로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클럽하우스 리더는 아무도 없었다"며 "추신수는 텍사스 클럽하우스 리더다. 그 부분을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잘하지 않을까 한다. 작년만큼의 성적만 올려도 대성공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최지만은 왼손 투수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지난해 오른손 투수 상대 타율이 0.274인 반면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0.210까지 떨어졌다. 홈런 19개 중 17개가 오른손 투수에게 빼앗은 거였다. 최근엔 오른쪽 타석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돼 스위치 타자 전향설이 돌기도 했지만, 선수가 선을 그은 상태. 송재우 위원은 "(최지만을 대신해) 오른손 타자로 기용할 계획이던 호세 마르티네스의 팀 합류가 늦어졌다. 시즌 초반 잡은 기회에서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허구연 위원은 "왼손 투수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코칭스태프가 어떤 방안을 갖고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팀 내 입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