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극장가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인터넷 문화가 생겼다. 개봉 직후 혹은 개봉하기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SNS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혹평들이다. 누가 더 센 표현을 쓰나 경쟁이라도 하듯 조롱에 가까운 글들이 등장한다. 영화에 대한 진지한 리뷰나 평가보다는 일종의 인터넷 유머로 유행하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살아있다(조일형 감독)'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마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선보이는 기대작 중 하나였고 경쟁작이 사실상 전무했던 터라 큰 주목을 받았다. 주목도만큼이나 '#살아있다'를 향한 혹평 세례도 뜨거웠다. 관객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순 없고 저마다의 취향과 관점이 다르기에 혹평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리뷰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 위해 작성한 듯한 글들도 여럿 올라왔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안티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상영 중인 '반도(연상호 감독)'도 난감한 상황에 여러 번 처했다. 일찌감치 여름 개봉을 못 박아두고 차근차근 인지도를 올려왔던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 너무나 뜨거운 이슈였던 탓일까. 조롱에 가깝게 거친 평가를 쏟아내는 일부 네티즌의 발언으로 마음을 졸여야 했다. 개봉 첫 날 조조 상영도 채 끝나지 않은 시간대에 공격에 가까운 평가가 등장하는 일도 있었다. 실 관람객의 평인지 의구심이 드는 글이었으나, 시선을 사로잡는 센 어휘 덕분에 SNS를 타고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쟁작 없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고, 조롱에 가까운 혹평이 이전보다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인터넷 유머 코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라는 것. 실 관람객의 평이 모이는 CGV 골든에그지수에도 박한 평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에그 지수가 내려가면 "에그가 깨졌다"며 일부 네티즌이 더욱 센 혹평을 내놓는 식이다. 실제로 배우 심은경에게 일본 다카사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블루 아워'는 개봉 하루 만에 '깨진 에그'로 반갑지 않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관객마다 평가의 시선과 기준이 다르다. 호평도 혹평도 공존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처한 극장가에서 장난처럼 던진 영화평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펼치는 건 당연하고 건강한 비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유튜브, SNS 등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극단적인 비난과 조롱은 영화를 관람할 예비관객에게는 편견을 줄 수 있고, 길게는 몇 년, 짧게는 수개월 영화를 위해 노력한 제작진들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