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효섭(25)과 초고속으로 재회했다.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 종영 기념으로 진행했던 취중토크에 이어 이번엔 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신인상의 주인공으로 다시금 만났다. 딱 세 달 만이다. 취중토크를 이토록 최단기간에 두 번 진행한 사람은 없었다고 하자 "그래요? 영광이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2015년 tvN '바흐를 꿈꾸며 언제나 칸타레2'로 연예계에 데뷔, 5년 만에 백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받자 이제야 실감이 난다는 반응이었다. 그날의 떨렸던 기억도 소환됐다. 너무 떨려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겨를조차 없었다는 안효섭.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말과 달리 자주 봐도 예뻤다. 볼 때마다 인간미 넘치는 모습과 솔직함으로 무장, 안효섭의 자체 발광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의 취중토크는 장시간 폭풍 수다로 이어졌다. "요즘 공식적인 스케줄이 없다 보니 가끔 스케줄이 잡히면 너무도 신이 난다. 오늘 취중토크 역시 너무 설렘이 컸다"는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수상을 예상했나요.
"'김사부2'의 시청률(자체 최고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7.1%)이 워낙 높았으니까 그게 경쟁력이 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수상까지 예상 못했어요. 더구나 연기로 상을 받기엔 잘한 분이 너무 많았잖아요. 재욱 씨는 데뷔 초부터 인상 깊게 봤고 안보현 씨, 옹성우 씨, 김강훈 씨 모두 정말 잘했잖아요. 누가 수상해도 이견은 없겠다 싶었어요."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이 먼 길을 어떻게 가지?'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지?' '이번엔 떨지 말아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올라갔던 것 같아요. 솔직히 그 순간에도 내가 연기를 잘해서 받는 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 선배님들이 만들어줬기에 가능했거든요. '김사부2'가 받는 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쁨의 눈물은 없었어요.
"울 겨를이 없었어요. 너무 긴장해서 얼어버리니까 만약을 위해 간단하게 수상소감을 준비했었거든요. 이름이 호명됨과 동시에 준비했던 소감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근데 한석규 선배님께 감사의 말을 못 전했더라고요. 너무 아쉬웠어요. 그게 너무 후회돼요. '김사부2' 할 때 선배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거든요. 너무 죄송해서 연락도 못 드렸어요. 이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하고 싶어요."
-긴장이 풀렸던 순간은 없었나요.
"펭수를 그날 처음 봤어요. 수상 소감 할 때 남극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할 얘기가 있다고 했잖아요. 너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어요. 그 모습에 긴장이 확 풀렸어요. 펭수의 2인용 의자 컷도 인상 깊더라고요. 역시 펭수는 펭수였어요. 특별 무대도 좋았어요. 보면서 청량해진 느낌이었어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왔던 김준(우주) 군이 진짜 귀엽더라고요."
-백상이라는 상이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스스로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열심히 하면 안 되겠다,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스스로한테나 시청자들한테 좀 떳떳해지고 싶어요. 한석규 선배님이 '연기는 평생 만족할 수 없고 부족함을 느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준 적이 있어요. 이 말이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데, 배우는 결국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거죠. 그래서 계속 배우고 싶어요. 경력이 쌓인다 해도 신인들한테 배울 게 있다면 언제든지 열려 있는 자세로 배우고 싶어요. 진심이에요."
-여러모로 '김사부2'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겠어요.
"한석규 선배님, 진경 선배님 등 많은 선배님과 함께하면서 내가 몰랐던 세상을 경험했어요. 너무 부족한 게 많더라고요. 제일 기본적으로 발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성우학원에 등록해 다니고 있어요. 연기할 때 자세도 교정하려고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고요. 연기라는 게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더라고요."
-안효섭 씨에게 '김사부2'란 무엇인가요.
"아이 오프너처럼 새로운 안구를 끼워준 작품이에요. 이전까지는 연기적으로 나무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만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눈을 떠보니 숲이었어요. 모르는 나무가 많더라고요."
-성우학원이나 필라테스 외에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있나요.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드라마나 영화를 정말 많이 봐요. 배우의 연기를 보고 상황을 보고 세트를 봐요. 배움이라는 게 삶에 녹여져 있는 느낌이에요. 어느 순간 머리가 아프기도 한데 그게 너무 재밌어요."
-'김사부2' 배우들과 정말 잘 지내고 있죠.
"또래 배우들과의 단체 SNS 방이 있어서 대화도 자주 하고 얼굴을 보기도 해요. (이)성경 누나 집이나 (윤)보라 누나 집, 아니면 (김)민재 집에서 봐요. 서로 생일도 축하해주고요. 이렇게 진한 우정을 이어가는 팀은 처음인 것 같아요."
-배우 양세종 씨도 '김사부2' 팀과 의리가 끈끈하다고요.
"예전에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할 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자주 보진 않았는데 이번에 '김사부2'를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됐어요. 되게 재밌는 형이에요. 군대 가기 전에도 만났었어요. '김사부2' 멤버들이 다같이 면회를 갈 것 같아요."
>>[취중토크③] 에서 계속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