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에서 압도적인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NC. 주전 포수 양의지는 도루저지율 48%를 기록하고 있다. NC 제공 #1 과거 NC의 취약 포지션은 포수였다. KBO 리그 1군에 처음 진입한 2013년부터 '포수 구인난'에 허덕였다. 2012년 신생 구단 특별지명 혜택으로 '수비형 포수' 김태군(31)을 데려온 게 포수 보강의 첫걸음이었다. LG의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린 김태군은 NC 유니폼을 입자마자 주전 포수가 됐다. 공격력이 약했지만, 그를 넘어설 자원이 NC에 없었다.
#2 2015년 김태군은 정규시즌 144경기를 모두 출전했다. KBO 리그 역사상 포수가 정규시즌 전 경기에 출전한 건 1996년 박경완(현 SK 감독대행), 2006년 강민호(현 삼성)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 일종의 '훈장'을 달았지만 그만큼 NC 포수 자원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시 NC는 김태군의 백업 포수를 찾아내지 못해 그의 입대 시기까지 늦어졌다.
#3 NC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트레이드로 2015년 6월 용덕한(전 KT), 2017년 6월 김종민(전 KT), 그리고 2018년 3월 정범모(전 한화)까지 베테랑 포수를 차례로 영입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선 세광고 포수 김형준, 2017년 2차 1라운드에서도 마이너리그 유턴파 포수 신진호를 지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 2018년 10월 이동욱 감독 체제로 새로 출발한 NC는 결단을 내렸다. 그해 12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양의지를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한 것이다. 역대 포수 FA 최고액을 경신한 메가톤급 계약이었다. 지난겨울에는 FA 자격을 얻은 김태군마저 잔류시키면서 양의지-김태군 조합으로 안방을 꾸렸다. NC의 약점이 강점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시즌 NC의 포수진 짜임새가 대단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도루저지다. 27일까지 팀 도루저지율이 48.9%(22/45)에 이른다. 이 부문 2위 LG(36.7%)를 12.2% 앞선 압도적인 1위다. KBO 리그 평균인 30.1%를 크게 상회한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6개 구단의 도루저지율이 30% 미만이다.
백업 김태군·김형준 역시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하며 상대 주자를 철저히 묶어 두고 있다. NC 제공 특정 선수에 치우치지 않는다. 주전 양의지의 도루저지율은 48.1%(13/27)다. 도루 저지를 5회 이상한 리그 포수 12명 중 퍼센티지가 가장 높다. 백업 김태군의 도루저지율도 35.7%(5/14)에 이른다. 두산 박세혁(21.2%), 한화 최재훈(28.3%), 키움 박동원(18.4%) 등 다른 팀 주전 포수보다 기록이 좋다. NC 제3의 포수인 김형준도 2번의 도루 시도를 모두 저지했다.
도루 저지는 투수의 역할도 크게 작용한다.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이 간결해야 한다. 투구 동작이 크고 느리면 포수 송구가 정확하고 빨라도 주자를 잡아내기 쉽지 않다. NC는 포수와 투수의 호흡이 잘 맞는다. 용덕한 NC 배터리 코치는 "우리 포수들은 기본기가 잘 잡혀있다. 기량 자체가 좋다"며 "투수들도 작년보다 더 도루를 내주지 않기 위해 주자를 잘 묶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수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도 크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1.55) 구창모는 "까다로운 타자를 연이어 상대할 때 도루저지가 나오면 정말 큰 힘이 된다. 포수의 힘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면, 투수는 더 편한 마음으로 타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반겼다.
올 시즌 두산은 NC를 9차례 만나 딱 한 번 도루를 시도했다. 이마저도 잡혔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주자가 뛰다 아웃되는 걸 보고 다른 선수들이 도루 시도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이드암 이재학은 "도루저지 능력이 뛰어난 포수가 있으면 상대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 둘 수 있다. 경기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NC 포수진은 투수 리드나 프레이밍도 수준급이다. 젊은 투수들이 포수를 믿고 공을 던지고 있다. 양의지와 김태군 모두 경험이 풍부한 덕분이다. 벤치 사인 없이 포수와 투수의 호흡만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이동욱 감독이 경기 후 승리 원동력으로 포수 얘기를 자주 하는 이유다. 양의지와 김태군 사이에서 김형준이 경험을 쌓으면서 세대교체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안방마님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NC가 어느새 '포수 왕국'으로 거듭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