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좋았지만 더 좋아졌다. 똑독한 기획의 승리이자 방대한 정보 속 진정성을 담아낸 결과다.
감독과 두 주인공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달라진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양우석 감독)'이 '한반도'를 전면에 내세운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실제 상황에 '남북'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수 많은 작품 속 소재로 차용됐다. 전쟁, 사랑, 우정 등 다양한 장르로 녹여졌지만 '강철비' 시리즈는 상황 자체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뤄 명확한 차별점을 꾀하며 의미를 더한다.
지난 2017년 개봉한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강철비2: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 곽도원이 다시한번 의기투합해 주목 받았다. 첫번째 시리즈에서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로 분했던 정우성·곽도원은 두번째 시리즈에서 대한민국 대통령과 북한 호위총국장으로 국가와 캐릭터를 세탁했다. 특히 정우성의 새로운 도전이 눈에 띈다. 영화적 캐릭터성이 강했던 엄철우에 비해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는 다소 평범하면 어쩌나 우려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한경재는 한경재만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다. 감정 자체를 크게 표출하지 못하는건 엄철우와 한경재 모두 비슷하지만, 엄철우가 몸을 움직인다면 한경재는 심리로 대적한다. 두 편의 '강철비' 시리즈만 봐도 배우 정우성의 극과극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촌스러운 북한 군복까지 살려냈던 그다. 비주얼은 여지없이 '얼굴이 복지' 그 자체다.
다큐멘터리보다 더욱 디테일한 내용을 다루지만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극적 재미까지 안긴다. 리얼리티에서 시작해 판타지로 흐르는 자연스러움은 '강철비2: 정상회담'에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첫번째 포인트다. 물론 '저게 말이 돼?' 싶은 설정도 상당하지만 기어이 말이 되게 만드는 '강철비2: 정상회담'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객들을 설득시켜 나가는 과정이 그저 놀라울 따름. 북의 쿠테타로 핵잠수함에 납치 돼 입씨름을 펼치는 한·북·미 정상의 모습도 날카로움 속 '인간미'를 담아내며 그럴듯한 현실성을 동반한다.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스쳐 지나가지만 필요없는 인물이 단 하나도 없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라는 하나의 안건을 두고,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숟가락을 얹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이견이 존재하는지, 또 각 국가의 내부에서는 어떤 치열한 머리싸움이 진행되고 있는지 직설적이면서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기 전 질문을 던져버리는 영화 속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래서 더 소름끼치게 반갑고 시원하다. 첩보 블록버스터 장르의 정체성은 잠수함 전투가 야무지게 챙긴다. 깊은 바다 속에서 어뢰를 날리는 것이 전부라면 전부지만 그 긴장감은 총·칼이 난무하는 육탄전보다 강하다. 전쟁 영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덩케르크' 뺨치는 움직임이다. 심지어 '한일전'이다. 명확하게는 '북일전'이지만 한민족 피는 어디 안 간다. 새까만 바닷속 치열한 수중전은 관객을 바다 한 가운데 직접 초대, 소리없는 응원을 부르짖게 만든다. 그 순간 짜릿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예상 가능한 등판임에도 참을 수 없는 울컥함을 터지게 한다.
북한말 대사 처리는 신선함을 편안함과 자아내고,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되는 '한일 독도문제'는 한 톨의 편집없이 모든 대사를 살려내 눈길을 끈다. '어쩌고 저쩌고, 지지고 볶고, 내가 최고다, 내 말이 법이다, 이게 최선이다' 온갖 주장이 둥둥 떠다니고, 음흉한 작전세력도 난무하지만 남북이 떼려야 뗄 수 없는 한민족인건 자명한 사실. 현실에서도 태풍이 지나간 자리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지, 코로나19와 대적해야 하는 '강철비2: 정상회담'의 운명은 어떨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