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띄우지 않으면 관중 없이 경기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겠다.” 부산시가 29일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더 강화해달라며 한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2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선 롯데자이언츠 첫 홈경기가 열렸다. 이날 관중석 2만4500석의 10%인 2450석을 개장했고, 1000명 가까운 야구팬이 입장했다.
이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 재개 계획’에 따른 조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5월 5일 개막 이후 무관중 경기를 해왔으나 지난 26일 경기부터 관중석 10% 규모로 관람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롯데구단 측은 이날 경기에서 3루 쪽과 내야 일반석을 개장하지 않아 관람객이 1루 쪽에만 집중됐다. 1루 쪽 양옆 좌석은 한 칸씩 띄우고 앞뒤로 한줄은 띄우지 않은 채 지그재그로 관람객을 앉혔다. 롯데 측이 ‘전후좌우를 띄우라’는 방역지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자문에 따라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이격거리가 미흡한 모습이었다. 관람객은 모두 마스크는 착용했다.
28일 경기장에 현장지도를 나갔던 부산시 관계자는 “롯데 측이 지침에 따라 거리 두기를 실천했지만, 미흡한 것 같아 28일 경기부터 더 띄우라고 행정지도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지도를 함께 한 경찰도 이격거리가 미흡하다는 데 동의했다.
TV 중계를 본 시민들은 “왜 이격거리 안 띄우느냐”고 잇따라 지적했다.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일어설 경우 띄운 좌석이 보이지 않아 마치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28일 현장지도에 이어 29일 다시 오전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를 시청으로 불러 “더 강력한 방역수칙을 이행해달라”고 요구했다. 관람객의 앞뒤 한 줄을 띄우는 등 적어도 1m 이상 띄우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아예 관중 없이 경기를 진행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검토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경기장 내 마스크 착용, 음식물 섭취금지 같은 방역수칙도 지키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구단 측은 29일 경기부터 사직야구장 좌석 개장구역을 기존 1루와 중앙석에서 지정석 전 구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좌석 간격 또한 전후좌우 1칸에서 전후좌우 3칸씩 띄우기로 했다. 또 경기진행요원을 10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을 지도하기로 했다. 29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롯데 측은 30일 오후 경기부터 이 방역수칙을 지킬 계획이다.
민경연 부산시 체육진흥과 팀장은 “부산은 러시아 선원 발(發)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시 체육회 등과 합동으로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