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여름 이적 시장이 문을 열었다. 한국 선수 가운데 축구대표팀 중앙수비수 김민재(24·베이징 궈안)에 쏠린 관심이 뜨겁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4일 “이탈리아 세리에A(1부 리그) 라치오가 김민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재는 2017년부터 한국 대표팀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 중이다. ‘아시아의 버질 판 다이크(리버풀)’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라치오가 김민재에 관심을 갖는 건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었기 때문이다. 수비수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토트넘 이적설 등이 나온 김민재가 눈에 띈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김민재와 비교할 만한 선수를 꼽는다면 세리에 A 볼로냐의 일본인 수비수 도미야쓰 다케히로(22)다. 이승우(22)의 소속팀(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서 뛰었던 도미야쓰는 지난해 여름 이적료 900만 유로(126억원)에 이적했다. 도미야쓰는 한 시즌 만에 다시 이적 시장에 등장했는데, AS로마(이탈리아), 웨스트햄(잉글랜드), 바이어 레버쿠젠(독일) 등이 관심을 보인다. 볼로냐가 정한 이적료는 2500만 유로(350억원)다.
김민재는 A매치 30경기에 출전했다. 18경기인 도미야쓰에 앞선다. 키 1m90㎝로 도미야쓰(1m88㎝)보다 크다. 스피드와 빌드업(후방부터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능력도 뛰어나다. 반면 예상 이적료가 1500만 유로(210억원)로, 도미야쓰보다 한참 낮다. 김민재가 ‘저비용 고효율’ 수비수로 주목받는 이유다.
라치오만 김민재를 노리는 게 아니다.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도 최근 베이징에 이적료 1500만 유로를 제시하고 답변을 기다린다. 베이징 사령탑 시절 김민재를 영입했던 로저 슈미트(53·독일) 감독이 올 초 에인트호번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한번 영입에 나섰다. 에버턴(잉글랜드), 라이프치히(독일)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에라도 김민재를 데려갈 것 같던 토트넘(잉글랜드)은 협상을 멈추고 관망하는 중이다. 토트넘은 당초 김민재 영입을 위한 이적료로 1200만 유로(170억원)를 책정했는데, 김민재의 시장가치가 올라 부담스러워 한다. 토트넘은 김민재 영입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인테르 밀란(이탈리아) 중앙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25·슬로바키아)와 접촉에 나섰다.
베이징은 김민재와 관련해 묵묵부답이다. 당장 내보낼 계획이 없어서다. 베이징은 올 시즌 중국 슈퍼리그(1부) 우승이 목표인데, 이를 위해 김민재가 꼭 필요한 처지다. 김민재의 유럽행 가능 여부 등은 중국의 정규시즌(최종일 9월 28일)이 끝나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슈퍼리그는 16개 팀을 2개 조로 나눠 쑤저우와 다롄에서 정규리그(팀당 14경기)를 진행한다. 최종 순위는 토너먼트로 가린다.
베이징 구단 사정에 밝은 축구계 한 관계자는 “베이징에 우승 가능성이 있는 한 김민재 이적 논의는 진척되지 않을 것”이라고 구단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