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7월 24일부터 8월 6일까지 출전한 9경기에서 타율 0.294(34타수 10안타)를 기록했다. 득점권 기록이 눈길을 끈다. 14타석·13타수 5안타·7타점이다. 안타는 팀 내 1위, 타율과 타점은 2위 기록이다.
순도 높은 타점이다. 땅볼 타점은 1개뿐이다. 솔로 홈런도 없다. 적시타만 6개다. 경기 후반으로 진입하는 6회 이후 타석에서 다섯 차례 타점을 생산했다. 이 기간 결승타도 2개가 있다.
7월 25일 수원 NC전부터 강세가 시작됐다. 1·4회 타석에서 각각 병살타를 쳤다. 상대 선발 마이크 라이트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6회말 1사 1·2루에서 나선 세 번째 승부도 1~3구 모두 파울을 치며 볼카운트(2스트라이크)가 몰렸다.
그러나 파울 3개가 나오는 동안 점차 타구의 질은 좋아졌다. 그리고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시속 147㎞ 포심 패스트볼을 인앤아웃 스윙으로 공략해 기어코 중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1타점 적시타. 강백호는 이 경기 8회말에 우중간 2루타로 추가 타점도 기록했다. 기세가 이어졌고 8월 1일 SK전부터 3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 KT의 6연승을 견인했다. 모처럼 4번 타자에 걸맞은 타격을 했다.
종전 10.4%던 헛스윙 비율이 9.6%로 줄었고, 타석당 삼진도 0.18개에서 0.16개 됐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공격적인 성향을 유지했다. 타점을 생산한 7타석에서 2스트라이크를 내준 승부는 2번뿐이다.
강백호는 그동안 득점권에서 매우 부진했다. 개막부터 7월 넷째 주 주중 3연전까지 출전한 50경기에서 기록한 득점권 타율은 0.203(64타수 13안타)에 불과하다. 타점도 20개뿐이다. 이 시점까지 그보다 득점권에 많이 나선 KT 타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무려 7명이다.
7월 1일 잠실 LG전에서 4타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 뒤 강백호는 "4번 타자를 처음 맡아서 나도 모르게 부담이 커졌고, 안 좋은 결과에 위축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일시적 반등에 불과했다. 이후 16경기 득점권 타율도 0.136로 저조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도 강백호의 4번 기용을 고수했다. 일단 통과의례로 봤다. 이 감독은 "팀의 미래를 위해서는 4번 타자로 자리를 잡아줘야 할 선수다. 마음고생을 이겨나가면서 성장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앞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볼넷도 많이 얻어내며 출루를 하다 보니 예년보다 타석에 나설 때 느끼는 부담감이 커졌을 것"이라며 "적응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도 전했다.
무엇보다 강백호가 4번 타순에 포진된 것만으로 팀 공격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상대 배터리가 어렵게 승부를 한다"며 말이다. 안타 생산에 실패해도 투수의 피로를 유발하면 5번 타자가 효과적인 타격을 할 수 있다. 강백호가 살아나면 득점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여전하다.
강백호도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자괴감도 컸지만, 자신이 슬럼프에 빠졌다는 것을 인지한 뒤 마음과 생각을 비우기 위해 노력했다. 루키 시절이던 개막 두 달째, 2018년 5월에 찾아온 슬럼프도 같은 방식으로 극복했다.
KT는 6연승 뒤 키움에 2연패를 당했다. 그사이 롯데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5위 KIA도 KT와 1.5~2.5게임 차를 유지하고 있다. KT는 득점권에 초연해진 강백호가 있다. 중위권 순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