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따지면 메시(33·바르셀로나)의 압승이다. 메시는 최근 10여년 동안 세계 축구를 지배한 '신'이라 불리고 있다. 각종 득점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세계 최초로 발롱도르 6회 수상을 일궈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회 우승에 UCL 득점왕을 6번이나 차지했다. UCL 역대 최다 골 순위표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130골에 이은 2위(115골)다.
메시에 비교하면 레반도프스키(32·바이에른 뮌헨)의 기록은 초라하다. 현존하는 최고의 '9번'이라고 하지만, '신' 앞에서는 작아지게 마련이다. 레반도프스키는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했다. UCL 우승 트로피를 갖지 못했고, UCL 득점왕에 오르지도 못했다. UCL 역대 득점에서도 66골로 4위다. 커리어를 보면 레반도프스키는 메시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둘을 평가한다면 레반도프스키가 메시보다 앞에 서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4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또 UCL에서 13골로 득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UCL 득점왕이 유력한 그는 2013~14시즌 호날두가 세운 UCL 한 시즌 최다 골인 17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칼컵에서도 6골을 신고했다. 올 시즌 득점을 모두 합치면 53골. 유럽 1위다. 레반도프스키 커리어 역대 최다 골이다. 종전 기록은 2016~17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넣은 43골이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10골을 더 넣었다. 가히 역대 최고 시즌이다. 발롱도르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레반도프스키가 수상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면 메시는 골로 따지면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볼 수 있다. 메시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골보다 도움으로 더 빛났다. 그는 21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메라리가 최초로 단일 시즌 20-20을 달성했다. UCL과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등을 합친 득점은 총 31골. UCL에서는 3골에 그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와 20골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메시의 시즌 총 득점이 30골로 떨어진 건 2008~09시즌 38골 이후 11년 만이다. 2011~2012시즌 개인 최다 기록인 73골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메시 커리어 중 다섯 번째로 낮은 득점이다. 앞선 네 번은 메시가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뒤 4년 차까지의 기록이었다. 즉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진입한 뒤 올 시즌 가장 낮은 득점력을 보인 것이다.
최고의 폭발력을 뽐내는 레반도프스키와 최악의 득점력을 기록한 메시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바이에른 뮌헨과 바르셀로나가 오는 15일 2019~2020시즌 UCL 8강에서 격돌한다. 단판 승부다.
이런 상황을 스페인의 '마르카'는 "최고의 레반도프스키와 최악의 메시가 UCL에서 맞붙는다"고 표현했다. 팀 분위기도 바이에른 뮌헨이 훨씬 좋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우승, 포칼컵 우승을 일궈내며 '트레블(리그·FA컵·UCL 동시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리그 우승을 레알 마드리드에 내줬고, 코파 델 레이에서는 조기 탈락했다. 많은 해외 베팅업체가 바이에른 뮌헨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분데스리가 우승 8회, 포칼컵 우승 4회 등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총 16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UCL 정상은 경험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던 2012~13시즌 UCL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당시 챔피언이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2014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 역시 UCL 우승컵을 품고 싶어서였다. 호날두가 조기 탈락했고, 메시가 주춤한 지금 이 순간이 레반도프스키가 UCL 정상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