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지난 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5라운드 성남 FC와 경기에서 0-2로 패배했다. 올 시즌 한 골도 넣지 못하던 성남 공격수 나상호에게 멀티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번 패배로 인천은 K리그1 12개 클럽 중 유일하게 1승도 하지 못한 팀이 됐다. 5무10패, 승점 5점으로 굳건한 꼴찌다. 강등 후보 1순위라는 평가에 흔들림이 없다.
특히 성남전 패배는 뼈아팠다. 인천은 시즌 초 임완섭 감독 사임 후 말 많고, 탈 많은 상황에서 후임 감독 선임을 확정했다. 과거 제주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조성환 감독이 낙점됐다. 성남전은 조 감독의 인천 감독 데뷔전이었다.
조 감독은 많은 기대를 받았다.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희망이라도 제시해줄 것 같았다. 기대감은 사라졌다. 승리하지도 못했고, 희망도 얻지 못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것을 제외하고는 인천은 성남을 상대로 그 어떤 우위도 보이지 못했다. 새로운 감독이 와도 무기력한 인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데뷔전을 치른 후 조 감독은 "7년 동안 인천에서 7명의 감독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누구 한 사람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 잘못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잘못"이라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인천의 잔류 가능성에 대해 그는 "강등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힘없이 강등당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매 경기 지켜보는 팬들이 있고, 선수들 개개인 자존심도 있다. 이를 지켜내야 한다. 1%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면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99% 노력하고 있다. 1%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갈 것이다. 더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 구단과 선수단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때, 인천 서포터즈가 논란을 일으켰다. 성남전이 열린 인천 홈구장에는 비를 뚫고 1556명의 팬들이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지난 1일 처음으로 K리그 관중 입장이 허용됐고, 수준 높은 국민의식과 방역 수칙을 철저히 따라는 축구 팬들의 모습에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인천-성남전은 달랐다. 일부 팬들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과격한 응원을 시도했다. 관람 수칙에는 '육성 응원 자제'가 포함돼 있다. 몇몇 인천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천이 수세에 몰리자 과격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진 일부 팬들은 욕설까지 내뱉었다. 육성 응원이 통제되지 않자 인천 장내 아나운서는 몇번이나 "육성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한 팬은 "싫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는 이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얻은 소중한 직관 기회를 인천 팬들은 위기로 바꿔놓았다. 그들의 응원 수준 역시 강등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