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부산 BNK 변연하(40) 코치가 웃으며 말했다. “BNK 코치 4명이 선수로 뛴다면 현역 선수와도 대등할 것 같다”는 말에 대한 답변이었다.
BNK 유영주(49) 감독과 최윤아(35)·양지희(36)·변연하 코치. 이름만으로 위력적인 ‘전설의 언니들’이다. 네 명이 합작한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만 6개다. 11일 부산 기장군 부산은행 연수원에서 이들을 만났다. 유 감독은 코치들에게 “유니폼 맞춰라. 우리 넷에다, 전주원(우리은행 코치)도 와서 최 코치랑 함께 가드 보면 재밌겠다”며 웃었다.
유 감독은 한 경기에 55점을 넣은 공포의 파워포워드였다. 변 코치는 “요즘 유 감독님처럼 파워와 외곽을 겸비한 선수가 없다. 빠르게 드라이브인하고, 탄력으로 2단 점프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변 코치는 3점 슛을 1273개나 성공한 명슈터였다. 유 감독이 “(변연하와) 방장과 방졸로 ‘아기’ 때부터 봐왔는데, 싹이 달랐다”고 화답했다. 나머지 두 코치가 ‘아기’란 단어에 웃음을 터뜨리자 변 코치가 “코치님들, 저도 ‘아기’ 때가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양 코치는 센터로는 크지 않았으나(1m85㎝), 스피드가 좋았다. 최 코치는 ‘얼짱’ 가드로 불렸는데, 외모보다 투지가 더 빼어났다. 8년간 해설위원을 했던 유 감독은 “최 코치 별명인 ‘코트 위의 문근영’을 내가 지어줬다. 실력만큼 성품도 좋다. 양 코치는 자유투가 약했는데 연습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단한 BNK 초대 사령탑 유 감독은 프로 최초로 코치진을 전원 여성으로 뽑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여자농구팀에서 2년간 지도자 연수를 받은 변 코치는 3월에 합류했다. 유 감독 “변 코치가 현대농구의 포인트를 잘 짚는다. 그걸 보며 ‘내가 옛날 농구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 코치가 모두 여성이면 어떤 점이 좋을까. 변 코치는 “사우나에 같이 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BNK는 지난 시즌 1라운드 5전 전패였다. 유 감독은 “당시 체육관 인근 기장 바닷가를 자주 찾았다. 초짜 감독이라 중요할 때 냉정하지 못했던 걸 자책했다”고 회상했다. 최 코치는 “바닷가에서 감독님과 술 한잔하며 다시 부딪히자고 다짐했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BNK는 그 후 우리은행을 두 차례 이겼고, 10승17패(5위)로 선전했다.
여자농구는 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네 팀으로 늘렸고, 외국인 선수 없이 진행한다. BNK에는 KB 박지수나 우리은행 박혜진 같은 스타는 없다. 선수 구성이나 전력도 다른 팀에 처진다. 믿을 구석은 ‘레전드 코치진의 맞춤형 훈련’뿐이다. 유 감독은 “코치를 포지션별로 본받을 만한 선수로 뽑았다. 선수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코치진에게 가르쳐 달라고 줄을 선다. 코치들이 피곤해서 선수 때도 안 먹던 보약까지 챙겨 먹는다”고 자랑했다.
최 코치는 가드 안혜지에게 게임 리딩을, 양 코치는 1m81㎝ 센터 진안에 골 밑 투쟁심을, 변 코치는 슈터와 포워드에게 과감한 슛을 각각 지도한다. 16일 청주에서 개막하는 박신자컵 서머리그 준비가 한창이다. 유 감독은 “우리 팀은 키도 가장 작고, 에이스도 없다. 그래도 가장 젊다. 깨지더라도 겁 없이 부딪히겠다. 선수들이 이런 좋은 코치들에게 많은 걸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