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49)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세계 최고의 축구 감독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리더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 바르셀로나B를 떠나 바르셀로나 1군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이때부터 세계 축구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티키타카'라고 불리는 점유율 중심의 짧은 패스 전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 아래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그라운드에서 멋지게 연주했다.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전술로 세계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는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그 어떤 팀도 바르셀로나에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강호로 군림했다. 대표적인 해가 2009년.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세계 축구 역사상 최초의 '6관왕'이 탄생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석권하며 트레블에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UEFA 슈퍼컵,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스페인 슈퍼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2009년 바르셀로나가 나선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전관왕'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2년까지 바르셀로나를 지휘하면서 라리가 3회 우승 스페인 국왕컵 2회 우승, UCL 2회 우승 등 총 14개의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2012년 바르셀로나와 이별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3년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 팀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았다. 과르디올라의 뮌헨도 강했다. 분데스리가 3회 우승, 포칼컵 2회 우승 등 7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찬사를 받지 못했다. 세계 최고 명장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없었을 때도 분데스리가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때문에 리그 우승은 큰 의미가 없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원한 건 UCL 우승 트로피였다. UCL 정상에 서지 못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독일에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따르는 이유다.
독일을 떠난 과르디올라 감독은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잉글랜드에서도 과르디올라의 팀은 강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등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8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리그에서 압도적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팬들의 기대를 100% 만족시키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UCL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팀 창단 후 한 번도 유럽 정상에 서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 우승만을 위해 세계적인 명장을 선임한 게 아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UCL의 한을 풀어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 앞에 절호의 기회가 왔다. 맨체스터 시티는 2019~20시즌 UCL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꺾고 8강에 안착했다. 8강 상대는 올랭피크 리옹(프랑스)다. 단판 승부로 두 팀의 경기는 오는 16일 펼쳐진다.
올 시즌 UCL이 개막하기 전 벳365 등 많은 베팅업체가 우승 후보 1순위로 맨체스터 시티를 꼽았다. 통계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 역시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 가능성(22%)을 가장 높게 점쳤다.
8강 대진이 확정된 뒤에도 전망은 달라지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이 탈락했고, 전통의 강호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이탈리아) 등도 떨어진 상황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 가능성은 더 커졌다. 베트페어 등 대다수 베팅업체가 맨체스터 시티를 우승 1순위로 평가했다. 그 뒤로 2위 바이에른 뮌헨, 3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4위 바르셀로나가 줄지어 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충분히 좋은 스쿼드를 꾸렸고,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특히 수장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베팅업체의 확신을 높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바르셀로나를 떠나서도 그가 UCL 우승을 할 때가 됐다는 데 공감하는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 개인적으로도 UCL에 대한 한이 있다. 바르셀로나 감독 시절 그는 두 번 우승을 차지했다. 두 번 모두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가 함께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메시와 이별한 뒤 과르디올라 감독은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셈이다. 많은 비평가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해 "메시가 없으면 우승하지 못하는 감독"이라고 야유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힌 꼬리표를 뗄 기회다. 자신의 가치와 경쟁력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침착하면서도 당당하게 UCL 우승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8강에 진출했지만 차분해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강팀들이 많이 살아남았다. 우승을 하려면 3경기가 남았다. 단지 도전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게 아니다. 8강 진출은 하나의 과정이다. 우승하고 싶다면 빅클럽을 넘어서야 한다. 단판 경기여서 두 번째 기회는 없다. 모든 경기가 결승전이다. UCL 우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