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시장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리그. 사진은 경기가 펼쳐지는 콘스텔레이션 필드. 슈거랜드 스키터스 홈페이지 슈거랜드(Sugar Land)는 미국 텍사스주(州) 포트 벤드카운티에 있는 소도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인구가 12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인근 대도시인 휴스턴(234만 명), 샌 안토니오(157만 명), 댈러스(138만 명)와 비교하면 차이가 꽤 크다. 슈거랜드 연고의 야구단은 독립리그에 소속된 슈거랜드 스키터스가 유일하다. 예년 같으면 KBO리그 구단이 주목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슈거랜드는 외국인 선수 시장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올 시즌 미국 마이너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는 건 1901년 9월 마이너리그 사무국이 신설된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크게 감소한 마이너리그 구단들은 약 1000명의 선수들을 방출했다.
이 때문에 KBO리그도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의 주요 시장인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으니 관련 업무가 모두 멈췄다. 시즌이 정상적으로 치러졌다면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가 미국으로 넘어가 영입 가능한 선수를 접촉하겠지만, 이젠 불가능해졌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이른바 '슈거랜드 리그'다.
'슈거랜드 리그'에 참가하는 4개 팀. 사진=슈거랜드 스키터스 SNS '슈거랜드 리그'의 정식 명칭은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리그다. 일자리를 잃은 마이너리거들에게 뛸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7월 초 시작돼 8월 말까지 진행된다. 현역 시절 7차례 사이영상을 받은 로저 클레멘스가 "리그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참여 구단은 슈거랜드 스키터스를 비롯해 4개. 클레멘스는 팀 텍사스(Team Texas) 구단의 감독이다. 경기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슈거랜드 스키터스 홈구장인 콘스텔레이션 필드에서만 열기로 했다.
국내 A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슈거랜드 리그'는 팀당 40경기 일정의 미니 시즌을 치른다. 메이저리그 6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들로 로스터가 꾸려졌다. 각 팀마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트리플A를 오간 선수가 적지 않게 있다"며 "현재 미국 상황에서 리그가 열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고 말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가 아닌 60경기만 치르는 단축 시즌으로 진행 중이다. 선수 가용 폭을 넓히기 위해 기존 40인 로스터 대신 60인 로스터를 활용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선수들이 '슈거랜드 리그'에 참여 중이다.
눈길을 끄는 선수도 꽤 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2번 지명을 받은 테일러 영맨(31)이 대표적이다. 영맨은 한때 KBO리그 몇몇 구단이 영입을 검토했던 오른손 투수로 2018년 일본 리그에 진출해 2년 동안 요미우리에서 뛰었다. 30대 초반의 나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국내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
슈거랜드 라이트닝 슬로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 조 윌랜드. 슈거랜드 스키터스 SNS 201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됐던 오른손 투수 애런 블레어(28·전 애틀랜타)와 KBO리그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허프(36·전 LG), 조 윌랜드(30·전 KIA)도 현재 '슈거랜드 리그'에서 뛰고 있다.
국내 A구단의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는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시장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선 외국인 선수 담당자를 파견하는 게 쉽지 않아 현지 외국인 코디네이터를 보유한 몇몇 구단이 슈거랜드에서 선수를 체크하고 있다. 세이부를 비롯한 일본 구단 관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