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달 18일 대구 롯데전에 승리하며 시즌 34승(30패)째를 올렸다. 5위 LG(0.532)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0.001 뒤진 6위(0.531)였다. 이때만 해도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컸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17경기에서 4승(1무 12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이 기간 승률이 KBO리그 최하위인 0.250이다.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순위는 어느새 8위까지 내려갔다.
현재 삼성에는 부상자가 너무 많다. 올해 개막전 선발로 나섰던 왼손 투수 백정현(33)은 왼 팔꿈치 부상으로 휴업 상태다. 지난달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2군에서도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1일 "공을 던지기 바로 전 단계다. 다음 주 피칭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1군 복귀 시점을 가늠하긴 힘든 상황이다.
왼손 불펜 노성호(31)도 왼 팔꿈치 부상 중이다. 지난 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재활훈련 중이다. 백정현과 마찬가지로 2군 경기를 뛰지 않아 복귀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 노성호는 부상 전까지 25경기에 등판해 1패 8홀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삼성의 왼손 계투 라인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을 던졌지만, 그가 빠지면서 불펜의 무게감이 줄어들었다.
야수진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에서 내야수 최영진(32)이 내야 땅볼 뒤 1루를 밟다 오른발목을 접질렸다. 인대 손상이 확인돼 복귀까지 4~6주 걸린다는 소견이 나왔다. 최영진은 부상 전까지 1루와 3루 백업 요원으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특히 주전 이원석(34)의 휴식이 필요할 때 핫코너를 맡아 공백을 최소화했다.
이원석은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에 오른 하박(팔꿈치로부터 손목까지의 부분)을 맞았다. 스윙 동작에서 얻어맞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 그는 이튿날 부상자명단(IL)에 올라 1군에서 이탈했다. 12일 대구 두산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지만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허삼영 감독은 "팀 상황이 급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원석과 최영진이 동반 이탈한 상황에서 유격수 김호재(25)를 3루수로 기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전 2루수 김상수(30)마저 1군에 없다. 골반 통증을 이유로 지난 3일 IL에 등록됐다. 8일에는 부친상까지 당했다. 지난 10일 허 감독은 "김상수의 복귀를 이번 주말 정도로 생각했는데, (힘든 일을 겪어) 일주일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삼성은 지난 4일 백업 내야수 양우현(20)을 1군에 등록했지만, 이틀 만에 IL에 올랐다. 구단 관계자는 "오른 팔꿈치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간 유격수 이학주(30), 불펜 장필준(32)의 공백까지 더하면 1군 엔트리가 사실상 초토화한 셈이다.
허삼영 감독은 "주요 선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매 경기 '버티기 작전'으로 갈 생각이다. (삼성은 현재) 6할, 7할 승률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백업 수준의 내야수가 경기를 뛰고 있다"며 "더는 처지지 않고 (승차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8월이 지나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동력을 많이 잃은 상황이어서 현상 유지가 중요하다"고 냉정하게 말했다.